[한국전쟁 60주년-문학으로 본 전쟁과 기억] 김원일 작품세계는… 이념적 갈등, 개인과 가족 관점에서 관찰
입력 2010-06-15 17:45
김원일은 1968년 단편 ‘소설적 사내’를 ‘현대문학’에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장한 이래 42년간 6·25전쟁으로 인한 민족분단의 비극을 파헤쳐왔다. 대표작 ‘어둠의 혼’ ‘노을’ ‘불의 제전’ 등을 거치며 분단 문제를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접근해 ‘분단문학’을 완성했다는 평을 받는다. 전쟁으로 인한 이념적 갈등을 한 개인과 가족의 관점에서 관찰하고 이를 서정적인 문체로 구현한 점이 특징이다.
‘어둠의 혼(1973)’에서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전쟁을 말한다. 광복 이후 좌우익간의 대립으로 야기된 민족의 비극을 소년의 시점으로 그린 성장소설이다. 사회주의 운동에 투신한 아버지의 죽음과 그로 인해 고통받는 가정사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면서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폭로했다.
‘노을(1977)’에서 그는 ‘어둠의 혼’보다 조금 더 진전된 형태로 분단으로 인한 이념의 대립을 묘사한다. 전작이 전쟁으로 인해 혼란에 빠진 한 가족에 현미경을 댔다면, ‘노을’에서는 분단 현실을 포괄적으로 다룬 것이다.
이후에 그는 소재의 다양화를 꾀하는 한편 전쟁에 대한 문제의식은 놓치지 않는다. ‘연(1979)’에서는 어린아이의 관점에서 분단 상황에 놓인 아버지 이야기를 다루고, ‘미망(1982)’에서는 고부간 갈등을 분단과 관련시킨다.
같은 시기에 발표된 ‘환멸을 찾아서(1982)’에는 이념 대결로 얼룩진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우연히 월북 지식인의 비망록을 얻게 된 영어 교사의 입을 통해서 이데올로기에 가로막혀 헤어진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려준다. 이후에도 그는 장편 ‘불의 제전(1983)’과 ‘겨울골짜기(1986)’등에서 분단문제를 파고든다.
소설의 주요 소재가 전쟁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그는 ‘오늘 부는 바람(1975)’ ‘도요새에 관한 명상(1979)’ ‘마음의 감옥(1990)’ 등에서 빈민운동, 환경문제, 학생 운동 등 당대의 화두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이 작품들에서도 그 배경에는 언제나 분단된 대한민국이 놓여있다는 점이 다른 작가와 그가 구분되는 지점이다.
이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