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 바이블] 신앙의 눈으로 보는 월드컵
입력 2010-06-15 17:52
축구를 남북 소통의 촉매로 활용하자
2002년 월드컵 때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우리 젊은이들이 그렇게도 대한민국을 사랑한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들의 개인주의와 현실주의적 처세와 인생관에 대해 적잖은 염려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젊은이들이 오히려 기성세대들보다 더욱 집단적으로, 더욱 조화롭게, 더욱 창의적으로 ‘대∼한민국’을 외쳤다는 사실이 대견스럽다 못해 감격스럽기까지 하였다. 또한 우리는 응원의 현장을 압도하는 여성들의 참여에도 놀라지 아니할 수 없다. 이는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아무튼 2002년 월드컵은 젊은이와 노인, 여성과 남성, 어른과 자녀들이 함께할 수 있으며, 21세기에도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한민족에게 존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20세기를 맞는 시대적 전환기에 전개된 세계화는 우리에게 일제에 의한 국권찬탈과 식민지배라는 절망과 아픔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100년이 지나 맞는 21세기 세계화의 도전에 대해서는 과거와는 매우 다른 모습으로 응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우리는 맛볼 수 있었다. 한마디로 2002년 월드컵은 하나님께서 한민족에게 허락하신 큰 축복이었다.
이제 우리는 2010년 월드컵을 맞이하였다. 특히 남북한이 월드컵에 함께 참가한다는 것은 참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무엇보다도 대단한 경쟁을 뚫고 남과 북 모두 출전하였다는 것은 우리 민족에게 자부심을 갖게 한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으로 촉발된 최근 남북관계의 악화는 남북한 동반진출이라는 역사적 쾌거를 민족적 자부심으로 축하하고 즐길 수만은 없는 현실을 만들어 놓았다. 남북 분단의 비극적 역사와 이러한 역사를 현실로 만들어 버리는 북의 지도자들이 참으로 한탄스럽다.
이러한 시점에 우리가 주목할 것은 2010년 월드컵이 열리는 장소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나라이다. 여기에서 월드컵이 열린다는 것은 무엇보다 아프리카 대륙이 세계로부터 소외된 곳으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축구로 상징되는 인간들의 함께함과 즐거움이 모든 인류에게 공유되어야 한다는 메시지이다. 또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인류가 범한 가장 중대한 범죄인 인종차별로부터 가장 최근에야 해방된 나라다. 이러한 역사의 전개과정 속에서 파생된 엄청난 미움과 갈등을 진실에 기초한 고백과 용서를 통한 화해로 승화시키려 애쓰는 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린다는 것은 의미를 더한다. 그런 점에서 월드컵은 세대통합을 비롯한 사회통합과 나아가 인종화합과 세계평화를 위한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남과 북이 모처럼 동반 출전한 월드컵이 남북의 긴장완화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원수 사이였던 미국과 중국이 작은 공, 즉 탁구를 통해 소통하고 화해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듯이, 이제는 축구라는 큰 공이 남과 북의 긴장과 인종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촉매제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축구가 우리의 궁극적 희망이 될 수는 없다. 축구는 축구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한국교회는 어떤 이들처럼 마치 축구만이 희망을 준다며 열광하는 것을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 축구에 대한 열광이 현재 우리가 당면한 현실을 회피토록 하는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 축구를 통한 하나 됨은 진정한 하나 됨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순간이면 족하다. 왜냐하면 축구가 우리의 진정한 희망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진정한 희망을 이 세상에 보여 주어야 할 책무가 있다.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려면 한국교회는 더욱 교회다운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 월드컵보다 더 분명한 희망을 세상에 보여 주어야 한다. 축구보다 더 열광적으로 우리들의 몸을 내던질 수 있는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우리의 삶으로 이 사회에 제시해야 한다.
임성빈 장신대 목회전문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