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녀'의 이정재 옷 디자인한 정명숙의 삶과 신앙

입력 2010-06-15 11:03


“디자이너는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하는데 하나님이 그런 능력을 제겐 주시지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이제는 하나님이 주신 영감으로 디자인하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정명숙 비스포크’의 정명숙(39·사랑의교회 집사) 대표는 그의 삶에서 신앙은 절대적이라고 고백한다. 최고급 남성복만을 만들기 위해 20여년을 살아온 그가 이제 신앙에 새롭게 눈을 뜬 것이다. 지금까지 그의 고객은 CEO, 대형교회 목사 등 전부 남성이었다. 최근에는 그의 코드와 맞는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어느 날 한 스타일리스트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내가 만든 제품이 영화 ‘하녀’의 남자주인공과 콘셉트가 맞다며 의상협찬을 요구해왔어요.”

칸영화제 출품을 목표로 영화를 찍고 있다는 말에 바로 승낙했다. 유명한 파리 오트쿠튀르에서 패션쇼를 하는 게 꿈이기 때문이었다. 영화 하녀에는 베스트, 슈트, 코트, 여성복 등 5벌을 협찬했다. 최고급으로 손꼽히는 로로피아나 원단으로 만든 코트가 제일 반응이 좋았다. 영화 시사회에 가서는 이정재가 어느 장면에서 자신의 옷을 입고 나오는지 체크하는 재미도 쏠쏠했다고 한다.

10세에 혼자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정 대표는 일, 교회, 기도밖에 모르며 살았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정신적 방황도 했다. 대학 다니던 1990년대에는 목사님들이 여자가 미니스커트를 입는 것을 못마땅해 하셨다. 학교에서는 담배 피우는 학생 그룹에도 속하지 못해 힘들었다. 패션 분야에서 일하다보면 세상과 접촉할 수밖에 없다. 그는 세상 속에서 생명을 지닌 신앙인으로 살려고 노력했다.

졸업 후 대기업 패션연구소에 다녔다. 주말이면 지방 어디든지 찾아다니며 자연염색, 누빔 기술 등을 배웠다. 2005년 세계적인 명품만을 모은 남성복 비교전시회를 보고 매력을 느껴 회사를 그만뒀다. 1년6개월의 준비 끝에 드디어 2007년 비스포크를 오픈했다.

“늘 재능이 없어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연말 드디어 제 가능성을 보았어요. 하나님께서 20년 동안 패션을 짝사랑하는 게 애처로워서 이제 은혜를 베푸시는가 보다 생각했어요.”

현재 그는 클래식한 남성복과 함께 여성복에도 도전하고 있다. 최고급만을 고집, 경제적으로 여유롭지는 않다. 그러나 완벽하면서도 창의적인 여성복을 통해서 재정 문제도 극복할 계획이다. 여성복은 고급스런 오트쿠튀르보다 일반적인 프레타 포르테를 겨냥할 계획이다. 올해에는 두 번째 패션쇼도 할 예정이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출신인 정 대표는 앞으로 국제백신기구(IVI)를 돕는 한편 해외 파송 선교사들도 지원하며 보내는 선교사로서의 역할도 감당할 예정이다.

글·사진=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정명숙 대표가 말하는 ‘양복 제대로 입는 법’

먼저 슈트를 갖춰 입을 땐 꼭 포켓스퀘어로 포인트를 줄 것을 권했다. 포켓스퀘어는 상의 바깥 윗주머니에 꽂는 사각 모양의 천으로 ‘행커 치프’로도 불린다. 꽃은 윗주머니에 꽂으면 예의에 벗어나는 것이다. 칼라의 플라워 홀에 꽂아야 한다. 이때 꽃은 한 송이만 꽂는다. 과장되지 않은 절제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남성은 목이 두껍기 때문에 V존을 깊게 파야 한다. 일반적으로 파면 V존이 너무 올라와 답답해 보인다.

제일 중요한 셔츠는 목 부분이 벌어지거나 뜨지 않아야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단추를 옮겨 달아 벌어지지 않게 한다.

슈트의 V존은 끝이 입체적으로 봉긋하게 올라와야 한다. 봉긋함을 살리기 위해서는 뒤집어 천을 깔고 다려주고 다시 뒤집으면 봉긋하게 올라와 훨씬 멋스럽다. 클래식 슈트의 뒤트임은 두 개일 때 힙의 입체감이 살아난다. 그러나 목회자는 두 개는 너무 스타일리시하므로 한 개가 좋다. 직업에 따라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넥타이는 벨트 버클을 살짝 덮을 정도의 길이로 매는 것이 좋다. 벨트와 신발의 가죽 컬러는 맞추는 것이 기본이다. 바지 길이는 신발 발등을 살짝 덮는 정도가 좋다. 일반적으로 구두굽에 맞추는 것은 잘못이다. 이탈리아 남성의 경우는 더 짧게도 입는다.

소매 끝에 자수가 있는 것은 금물이다. 너무 요란하면 안된다. 남성복은 컬러를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좁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