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16강] 김정남 전 감독의 아르헨티나전 조언… 그리스전보다 빠르게 역습하라

입력 2010-06-14 18:46


이제는 아르헨티나입니다. 저는 지금 한국-아르헨티나전이 벌어질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한 호텔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냥 제 감입니다만 17일 아르헨티나전에서도 뭔가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표팀 감독을 해본 사람들은 우리와 상대 팀의 객관적 전력과 상관없이 다음 경기 스코어가 어떻게 될 것 같다는 동물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편한 일은 아니라는 점부터 국민일보 독자분들께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월드컵 대표팀(1986년) 감독을 해봤습니다. 월드컵 기간 중 민감한 경기를 앞두고 대표팀 외부에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현재 허정무 감독 이하 대표팀이 아르헨티나전을 충실하게 잘 준비하고 있다고 이곳 현지에서 들었습니다. 우리 대표팀 능력을 믿고 아르헨티나에 대해 몇 자 적어봅니다.

우선 아르헨티나는 그리스와는 차원이 다른 팀입니다. 저는 86멕시코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와 경기를 해봤습니다. 당시 아르헨티나 마라도나 선수와 지금 한국 대표팀 감독인 허정무 선수의 격한 충돌사건 때 저는 한국팀 벤치에 감독으로 서 있었습니다. 결과는 우리가 1대 3으로 졌습니다.

아르헨티나와 그리스의 가장 다른 점은 선수들의 능력입니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개인기든, 패스플레이든 하여간 어떤 식으로든 상대 팀 수비진을 무너뜨리고 골을 넣는 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상대 수비가 어떻게 나오느냐를 간파하고 이를 무력화시키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축구 IQ가 높습니다.

한국 수비 입장에서 아르헨티나의 공격 패턴 자체를 어떻게 차단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마라도나 감독은 전후반 90분 동안 몇 차례 공격 패턴 변화를 시도할 것입니다. 그날 잘되는 쪽으로 공격을 가져가는 것이죠. 한국 선수들은 아르헨티나가 경기 도중 어떻게 공격 패턴을 가져가는지 빨리 간파하고, 철저한 협력 수비로 대처해야 합니다. 메시, 이과인 등 득점력 높은 선수들에게 볼이 연결되는 것 자체를 차단하는 것도 중요한데 쉽지 않은 일입니다.

공격에서 한국이 살아남을 길은 역습의 속도입니다. 한국은 그리스전에서 보여줬던 것보다 더 빠른 역습을 시도해야 합니다. 12일 나이지리아전에서 아르헨티나는 상대 선수들의 스피디하고 간결한 역습에 몇 차례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나이지리아는 골을 못 넣었지만 우리는 한번의 찬스를 반드시 골로 연결시켜야 합니다. 한국이 선제골을 넣으면 경기 분위기도 확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한국을 당연히 이긴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 부분이 오히려 우리가 역이용해야 하는 측면입니다. 빨리 골을 넣기 위해 서두르는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움직임 속에 한국의 득점 루트가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한국이 기적의 2연승으로 16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짓기를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