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16강] 허정무 감독 용병술, 히딩크를 연상시킨다

입력 2010-06-14 18:46

허정무(55) 감독의 혁신적인 선수 기용이 2002년 한·일월드컵의 사령탑 거스 히딩크(64·네덜란드) 감독을 연상케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4일(한국시간) “허 감독은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이운재(수원) 대신 정성룡(성남)을 주전 골키퍼로 내세우면서 과거 (보수적인) 한국인 감독들과 자신을 차별화했다”고 평가했다. 대표팀 부동의 골키퍼였던 이운재를 부담이 큰 첫 경기에서 제외한 결정은 허 감독의 용병술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이는 2002년 당시 히딩크 감독이 국내 축구계의 우려에도 간판이었던 김병지 대신 이운재를 주전 골키퍼로 발탁하고, 박지성 송종국 등 신예를 대거 전면에 포진시킨 과감한 세대교체에 비견할 만하다는 평가다.

허 감독의 과감성은 ‘박지성 체제’로 팀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바 있다. 허 감독은 2008년 10월 박지성에게 주장 완장과 함께 필드 위에서의 전권을 부여했다. 당시 박지성이 탁월한 선수이긴 하지만 팀 전체를 아우르는 주장 자리에 적임인지는 이견이 있었다. 월드컵 지역예선 북한전(2008년 9월)에서의 졸전으로 불거진 감독 경질설을 모면키 위한 꼼수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허 감독의 조치 후 대표팀은 정상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 외에도 허 감독이 내세운 ‘캡틴 박지성’ 카드는 여러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먼저 색깔이 없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과묵했던 박지성을 중원의 지휘자로 변모시켜 그의 능력을 100% 끌어내는 토대를 마련했다.

또 세대교체 연착륙의 묘수이기도 했다. 우선 허 감독은 안정환 이천수 설기현 김남일 등 2002년 주역들을 배제하고 이청용 기성용 이승렬 등 젊은피를 수혈했다. ‘솔선수범형’ ‘수평형’이라는 박지성 리더십은 신예들이 팀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작용했다. 허 감독은 팀이 박지성 중심으로 자리 잡은 뒤에야 안정환 김남일 등을 불러와 신구 조화가 완성된 팀을 이뤘다.

박지성을 통해 그라운드에 투영되고 있는 허 감독의 리더십은 오는 17일 세계 최강 아르헨티나라는 큰 시험대에 오른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