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폐기되면 박근혜는?… 정치적 소멸로 후폭풍 거셀듯
입력 2010-06-14 22:11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세종시 수정안의 6월 임시국회 내 표결처리를 요청했다. 표결을 벌이면 통과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사실상 폐기 수순으로 받아들여진다. 자연스레 세간의 시선은 이 대통령에 맞섰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게 쏠리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이 폐기되면 박 전 대표의 위상은 어떻게 될까.
수정안은 정부 발의 형태로 국회 국토해양위 등 4곳의 상임위에 제출돼 있다. 아직 어느 곳에서도 상임위에 회부되지 못한 상태다. 4곳 모두 반대파가 다수여서 회부 자체가 안 될 수도 있다. 회부되더라도 상임위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설사 상임위를 통과, 본회의에 넘겨져도 수적 열세로 통과가 어렵다. 청와대 이동관 홍보수석도 “당론 구속 없이 자유투표로 처리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결국 어떤 방식이든 폐기될 가능성이 높고, 여야 표 대결에 있어 박 전 대표와 친박계가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수정안이 폐기될 경우 박 전 대표가 지난한 싸움의 승자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명목상 승리일 수 있다. 수정안이 폐기된 데 대한 공로이든 책임이든 박 전대표가 질 수밖에 없고, 내상도 만만찮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선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세종시 투쟁을 해오면서 당내 및 여당 지지층 기반을 많이 잃었다. 여당 지지층에서 박 전 대표 지지율이 빠진 것이 단적인 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이철희 부소장은 “우리나라 보수는 수도권 중심주의인데, 박 전 대표로선 수도권 지지층과 당내 수정안 찬성 지지층을 잃는 대신, 호남과 충청 쪽 지지를 얻어냈다”며 “그러나 당내 경선에서는 새로 얻은 산토끼(새 지지층) 효과보다는 잃어버린 집토끼(전통적 지지층)의 타격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의 표결처리 요청이 ‘대승적 양보’로 해석되면서, 상대적으로 박 전 대표의 이미지가 더 부정적으로 비쳐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강력한 투쟁 이미지가 여성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상당 부분 불식시켜 장기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해석도 없지 않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