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소년 과반 “남한 방송 봤다”

입력 2010-06-14 18:36

탈북 청소년 과반이 북한에서 남한 방송과 영화를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선희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14일 탈북 청소년 학교인 한겨레중고등학교 학생 1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40명 중 79명이 북한에서 남한 방송(영화 포함)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탈북자가 북한에서 남한 방송 매체를 접했다는 증언은 여러 번 있었지만 이처럼 설문조사를 토대로 구체적 수치가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탈북 학생들의 고향은 함북 98명, 함남 14명, 양강도 13명 등의 순으로 중국과 인접한 지역이 많았다.

탈북 청소년의 시청 방식을 살펴보면 79명 가운데 57명은 DVD 등을 통해 영화를 봤다. 43명은 비디오, 15명은 TV를 통해서였다.

남한 방송 매체를 얼마나 자주 봤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보고 싶을 때면 언제나’라고 응답한 학생이 40명이나 됐다. 이어 ‘한 달에 한 번 정도’(21명), ‘평생 한 번’(7명), ‘1년에 한 번 정도’(6명) 등의 순이었다.

또 북한에서 남한 영화와 드라마를 몰래 볼 때 감옥에 갈지 몰라 긴장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학교 3학년 이모(19)군은 “집에서 혼자 영화를 봤고 수시로 창문을 통해 누가 접근하는지 확인했다”면서 “주변의 신고가 두려워 ‘한국 영화를 봤다’고 친한 친구나 친척 등 주변 사람에게 절대 자랑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