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녀 아들 살해범, 남편도 살해했다

입력 2010-06-14 21:33

지난 8일 내연녀의 8세 아들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13일 구속된 남성(본보 14일자 11면 참고)이 1년 전 그녀의 남편까지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남성은 내연녀의 사주를 받아 남편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내연녀 이모(50)씨의 막내아들 장모(8)군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모(39)씨가 2009년 이씨의 부탁으로 남편도 살해한 사실을 자백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8년 10월쯤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이씨를 만났다. 김씨는 자신을 유명 건설회사 간부라고 속이고 아파트 분양을 도와주겠다며 이씨에게 접근했다.

김씨는 1년쯤 내연관계를 지속하던 중 이씨에게서 남편 장모(52)씨가 뇌병변 장애3급으로 남자구실을 못하고 귀찮은 존재이니 죽여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씨가 자녀의 등하교 시간 등을 자세히 알려주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28일 사회복지사로 가장해 서울 동소문동 이씨 집을 찾았다. 그는 거동이 불편한 장씨를 밀어 넘어뜨리고 수표 등 46만원을 훔쳤다. 이어 가지고 있던 라이터로 불을 붙여 장씨가 질식해 숨지게 했다. 이 사고로 이씨는 사망보험금 5000여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둘의 관계는 최근 이씨의 변심으로 급격히 틀어졌다. 김씨는 “새로운 남자가 생겼으니 헤어지자는 이씨의 말에 화가 났다”며 “아이를 죽이면 이씨도 따라 죽을 것 같다는 망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김씨는 지난 8일 이씨 집 근처의 한 여관에서 장군을 살해하고 달아났다.

도피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 11일 서울 신림동에서 도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소에서 사기 행각을 벌이던 김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저항하던 아이가 할퀸 상처로 김씨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경찰조사에서 이씨는 “남편의 살해범이 김씨인 줄은 의심하고 있었지만 공모한 적은 없다”고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남편 살해 당시 통화기록 등을 조회해 이씨가 김씨와 공모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