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철 성격장애 진단했던 의사의 안타까움… “제2 조두순, 세상의 외면도 영향”

입력 2010-06-14 18:30

“이렇게 끔찍한 사건을 저지르다니…. 내가 조금만 더 신경 써 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생깁니다.”

8세 여아 납치·성폭행 사건 피의자 김수철(45)이 범행 전 상담 및 약물 치료를 받았던 J신경정신과 J원장은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J원장은 14일 “내가 잘 살피지 못해 그런 일이 일어났나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라고 말했다.

김수철은 지난해 9월 출소한 뒤 수차례 집 근처 J신경정신과를 찾았다. 지속적으로 약물 치료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병원에 와서 상담을 받았다. J원장은 “당시 김수철에게서 폭력성이나 악한 감정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당시 김수철은 흉악범이라기보다 오히려 공손한 모습이었다. J원장은 김수철이 교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병원을 찾는 여느 출소자와 달리 스스로 병원에 왔다고 했다. 김수철은 의사에게 존댓말을 썼고, 병원에 들를 때마다 인사도 깍듯이 했다고 한다.

J원장은 “김수철은 진료 일정이 잡힌 날에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온 편”이라며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수철에게서 성격장애 증상을 발견한 J원장은 부드럽게 대하려고 노력했다. 성격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참을성이 약하기 때문에 굳이 자극하지 않으려고 애 썼다. J원장은 김수철의 억눌린 감정을 조심스럽게 치료했다. 가끔 투여하는 약도 가급적 순한 것으로 골라 처방했고, 나쁜 기억을 되살리지 않기 위해 과거에 저지른 범행도 꼬치꼬치 캐묻지 않았다.

하지만 김수철의 성격장애는 단기간에 쉽게 치료되지 않았다. J원장은 “그런 사람이 바뀌려면 건강한 사람이 오래도록 함께 있어줘야 하는데 그게 사실 어려운 일”이라며 한숨지었다. 김수철 곁에는 그의 비뚤어진 행동을 감당하며 교화할 사람이 없었다. J원장은 “그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격장애를 예방·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임상심리학회장인 현명호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배려가 없는 경쟁 위주 사회가 성격장애를 앓는 이들을 점점 늘게 한다”며 “먼저 삭막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유광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성격장애에서 비롯된 행동장애는 사실 그들이 몸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라며 “사랑이 무엇이고 인간이 무엇인지를 꾸준히 가르쳐 장애를 극복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원 이용상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