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파일] 인조잔디는 또 하나의 적수
입력 2010-06-14 18:33
‘변수가 이렇게 많아서야….’
11명의 상대방과 싸워야 하는 통상의 축구 경기와 달리 이번 월드컵에 나선 선수들은 많게는 15번째의 적수를 고려해야 하는 악조건에 놓여 있다. 남아공에서 경기를 치를 선수들은 고지대, 자블라니와 함께 시도 때도 없이 시끄럽게 소리 내는 부부젤라에 애를 먹고 있다. 게다가 공이 불규칙하게 튀는 인조잔디와도 싸워야 하는 등 최악의 조건에서 전투를 치러야 한다.
13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C조 알제리-슬로베니아 경기는 선수들의 잦은 실수로 흐름이 끊겼다. 긴 패스는 바운드된 뒤 선수의 머리를 넘어 아웃되기 일쑤였고, 짧고 빠른 패스는 트래핑하는 발에 맞고 튀어나가 기회를 잃어버리는 모습이 되풀이됐다. 반발력이 좋고 공기 저항을 덜 받는 대회 공인구 자블라니와 경기장에 심어진 인조잔디가 악조건으로 작용한 결과다.
경기가 치러진 폴로콰네 피터 모카바 스타디움은 천연잔디 사이에 인공 섬유를 2㎝ 간격으로 심어 천연잔디가 97%, 인공 잔디가 3%인 형태로 구성됐다. ‘고작 3%가 무슨 영향을 미치겠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선수들의 부담감은 컸다.
알제리 수비수 마지드 부게라는 “상대방의 골로 이어진 슈팅은 천연잔디 구장에서라면 네트에 닿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마지막 바운드 때 속도가 빨라지면서 골키퍼가 당황했다”고 말했다. 알제리 골키퍼는 상대 땅볼 슈팅을 잡으려다가 공이 팔에 맞으며 통한의 실점을 허용했다.
지난 대회까지 모든 월드컵 본선 경기는 100% 천연 잔디구장에서 치러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잔디 회복력을 높이고 배수도 쉽게 하면서 경기장이 다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이번 대회 10개 구장 중 2곳을 천연잔디와 인조잔디의 복합 형태로 짓도록 했다. 해발고도 1310m 고지대에 위치한 피터 모카바 스타디움에선 프랑스-멕시코(18일) 그리스-아르헨티나(23일) 파라과이-뉴질랜드(24일) 경기가 열린다.
온두라스-칠레(16일) 이탈리아-뉴질랜드(20일) 호주-세르비아(24일) 북한-코트디부아르(25일) 경기가 치러지는 음봄벨라 스타디움도 마찬가지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