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스타] 통산 11호골 작렬 독일 클로제… ‘고공 폭격기’, 5골 더 터뜨리면 통산 득점왕
입력 2010-06-14 21:41
남아공월드컵 D조 본선 첫 경기로 독일과 호주가 맞붙은 14일(한국시간) 남아공 더반의 모저스 마비다 경기장. 독일 수비수 필리프 람이 호주 진영 오른쪽 측면 약 30m 지점에서 문전 한가운데로 길게 공을 올렸다.
반원을 그리며 날아오는 공을 쳐내려고 호주 골키퍼 마크 슈워처가 뛰어올랐다. 하지만 공을 가로챈 건 독일 공격수 미로슬라프 클로제(32)의 머리였다. 매우 짧은 순간이었다.
무서운 속도로 솟구친 공중에서 클로제는 자신보다 14㎝ 큰 슈워처보다 머리 하나가 더 높았다. 몸을 옆으로 돌린 채 허공을 가른 클로제는 칼날 같았고, 그의 헤딩은 배구선수의 스파이크만큼 무지막지했다. 공은 그대로 골문을 파고들었다. 전반 26분. 호주는 참담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4대 0으로 독일이 압승한 이 경기에서 클로제의 폭발적인 헤딩골은 단연 돋보였다. 유소년 시절 클로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아마추어리그를 전전했다. 그에게 헤딩은 20대 초반 뒤늦게 기회를 얻은 프로무대에서 살아남는 무기였다. 지금 클로제의 헤딩은 ‘공중 폭격’으로 불린다.
클로제는 이번 득점으로 월드컵 통산 11골을 기록했다. 이 중 8골을 헤딩으로 넣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기록한 3골은 모두 헤딩골이었다. 역대 월드컵 헤딩 해트트릭 달성자는 1m93의 체코 공격수 토마스 스쿠라비와 클로제뿐이다. 클로제는 1m82이지만 탁월한 점프력과 절묘한 타이밍으로 발군의 기량을 과시한다.
클로제에게 월드컵 11골은 브라질 ‘축구황제’ 펠레의 12골, 프랑스 ‘득점왕’ 쥐스트 퐁텐의 13골, 독일 ‘폭격기’ 게르트 뮐러의 14골을 차례로 넘어가는 초입이다. 클로제는 월드컵 통산 최다 득점을 노리고 있다. 클로제가 남은 경기에서 5골을 더 넣으면 15골로 통산 최다골을 보유한 호나우두(브라질)를 제치고 최고봉에 오른다. 호나우두는 이번 월드컵 출전선수 명단에서 빠져 기록을 경신할 수 없다.
호주전을 마친 클로제는 “나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안다. 느낌이 좋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