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16강] 잡자! 메시의 메시에 의한 메시를 위한 ‘탱고 축구’

입력 2010-06-14 21:54


나이지리아전서 드러난 아르헨 특징

24년 만에 다시 만났다. 월드컵 도전사(史)의 악몽 같은 존재, 아르헨티나와의 결전이 다가오고 있다. ‘명불허전’ 아르헨티나는 전승 우승을 목표로 리오넬 메시(23)를 비롯해 역대 최강의 멤버를 소집했다. 나이지리아와의 조별예선 1차전 기록을 뜯어보면 그들의 특징이 확연히 드러난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메시의, 메시에 의한, 메시를 위한’ 아르헨티나다.

그러나 메시 외에도 아르헨티나는 ‘마라도나의 황태자’로 불리는 후안 베론(35)을 중심으로 곤살로 이과인(23), 카를로스 테베스(26)로 이어지는 공격력이 막강하다.

메시, 이과인, 테베스는 필드 오른편에서 거의 한 세트처럼 움직인다. 그 중심에는 메시의 공격 극대화를 위해 마라도나 감독이 불러들인 잊혀진 미드필더 베론이 있다.

베론은 1차전에서 50번의 패스 중 21번을 메시에게 보냈다. 테베스에게는 6번, 이과인에게는 4번이었다. 메시를 중심축으로 하면서 테베스와 이과인을 보조 공격수로 활용한다는 얘기다.

메시는 팀 전체 446번의 패스 가운데 혼자 65번(15%)을 성공시켰고 70번(16%)을 받았다. 전체의 30%가 넘는 패스를 혼자 감당했다.

두 번째로 많은 59번의 패스를 성공시킨 선수는 ‘중원의 지배자’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다. 그는 공격수에게 33차례, 수비수에게 26차례 패스를 연결하며 공수의 선봉장 역할을 충실히 했다. 따라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설 것으로 보이는 기성용과 김정우가 노쇠한 베론을 압박하고 마스체라노를 효과적으로 봉쇄한다면 메시에게 향하는 패스를 조기에 차단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는 공을 가지지 않았을 때는 현저히 움직임이 떨어졌다. 전체 활동량 대비 공을 가지지 않았을 때 활동량 비율은 나이지리아가 47%로 가장 높았고 그리스(43%) 한국(41%) 아르헨티나(38%) 순이었다.

볼이 없을 때 움직임이 많다는 것은 선수들이 수비에 적극 가담하는 한편 적극적으로 공간 침투에 나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아르헨티나는 공격에선 공간 침투보다는 개인 돌파에 의존했으며, 수비 시 선수들이 압박에 나서지 않고 자기 포지션을 고수했다는 뜻이다.

전체 운동장 가운데 어태킹 서드(attacking third)지역의 선수별 활동 비율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은 박주영(46%) 염기훈(31%) 이청용(29%) 박지성(18%) 기성용(9%) 순이었다. 단 두 명만이 전체의 30% 이상을 어태킹 서드에서 플레이하고 나머지는 미드필드 지역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했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이과인(45%) 테베스(33%) 메시(31%) 디 마리아(30%) 베론(12%)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로 페널티 지역에 머무르며 골 찬스를 포착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