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기름유출 9·11과 닮았다”… 향후 몇년간 국민 정서 바꿀 초대형 사태
입력 2010-06-14 18:47
“9·11테러와 닮았다(echo).”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3일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4월 발생한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에 대해 내린 평가다.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가 향후 몇 년간 국민들의 정서를 바꿀 초대형 사태라는 이유에서다.
여기에는 소극적 늑장 대응이라는 세간의 비판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이번 사태를 에너지 및 기후 관련 법안의 국회통과를 위한 기회로 삼겠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태를 이대로 방치했다간 11월 중간선거는 물론 2년 후 대통령 재선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말’로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을 압박하는 차원을 넘어 직접 행동에 돌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부터 이틀간 남부 일대의 기름오염 피해 현장 방문에 나섰다. 벌써 네 번째 발걸음이다.
또 15일엔 백악관 집무실에서 TV 생중계를 통해 대국민연설을 할 예정이다. 한발 더 나아가 16일에는 칼 헨릭 스반베리 회장을 비롯해 BP 경영진을 백악관으로 불러 피해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압박할 계획이다. 제3자가 관장하는 계정을 설치해 실질적인 피해보상금을 사전 예치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번주가 오바마 대통령 리더십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BP는 멕시코만 해저에서 유출되고 있는 원유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분출구 주변에 압력측정 센서를 설치했다. 원유 유출 규모를 둘러싼 논란을 의식해서다. BP는 원유 유출 부위에 설치한 차단 캡을 통해 하루 1만5000배럴(238만ℓ)을 회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분출구의 압력은 전혀 완화되지 않은 채 최대 4만 배럴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미시시피주 등 일부 남부지역 주지사들은 언론이 기름오염 피해를 지나치게 확대 보도해 관광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며 언론의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