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두 나라로 쪼개지나… 북부 네덜란드어권-남부 불어권 나뉠 판
입력 2010-06-14 18:51
벨기에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로 쪼개지는 수순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13일 실시된 총선 개표 결과 북부 플레미시 지역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새플레미시연대(NVA)가 압승을 거뒀다. NVA가 북부 플레미시에서 제1당을 차지, 150석인 연방 하원에서 27석으로 다수당이 됐다고 BBC방송이 14일 보도했다. 2007년 총선에서 기독민주당과 연대해서야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벨기에는 북부 플레미시(네덜란드어권·650만명)와 남부 왈로니아(프랑스어권·400만명)가 느슨한 연방을 구성하고 있으며 수도 브뤼셀 등지에서만 2개 언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왈로니아에선 사회당이 제1당이 됐으며, 연방 하원에선 26석으로 제2당에 머물렀다. 이전보다는 6석이 많아진 것이다. 종전 연방 하원 다수당으로서 연정을 주도했던 기민당은 자유당(18석)에 이어 제4당(17석)으로 전락했다.
전국당이 없는 벨기에에선 플레미시 유권자는 플레미시 정당에만, 왈로니아 유권자는 왈로니아 정당에만 투표한다. 수도 브뤼셀과 인근 지역(브뤼셀, 알레, 빌보르데)에서는 양측 정당 중 선호하는 정당에 표를 던질 수 있다.
우파 성향 NVA의 압승 배경에는 경제위기가 큰 몫을 했다. 잘 사는 북부의 플레미시 지역에선 연방정부 예산이 빈곤한 남부 왈로니아에 배분되는 데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역정부의 자치권 확대를 통한 점진적인 언어권 분리를 내세운 NVA가 다수당으로서 연정 협상을 주도하게 돼 플레미시 분리 문제가 현실적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바르트 데 베버(39) NVA 당수는 이 때문에 선거 전부터 “프랑스어권에 총리 자리를 줄 것”이라며 분리 구상에 박차를 가했다.
연정 구성이 늦어질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2007년 총선 뒤 자치권 확대 문제로 새 정부 출범에 9개월이나 걸렸다. 따라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가뜩이나 심각한 벨기에의 재정위기 해결이 지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벨기에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규모는 96.7%로 유로존 국가에서는 그리스 이탈리아 다음으로 크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