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영어 글로비시, 세계가 통한다… 1500 내외 단어 사용 짧은 문장으로 소통
입력 2010-06-14 18:47
“Give me freedom. Give me fire. Give me reason. Take me higher. See the champions. Take the field now. Unify us. Make us feel proud(자유를 주오. 불을 주오. 지혜를 주오. 나를 높이 올려주오. 챔피언들을 보오. 들판으로 가오. 하나가 되오. 자랑스럽도록).”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축구경기의 주제가인 ‘휘날리는 깃발(Waving Flag)’의 노랫말이다. 쉬운 단어와 간단한 문장으로 이뤄져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나라에서도 어렵지 않게 따라 부를 수 있다.
쉬운 영어, 글로비시(Globish)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최신호에서 전했다. 세계(Globe)와 영어(English)의 합성어인 글로비시는 1500개 안팎의 단어를 사용한 짧은 문장으로 소통한다. ‘yolk(노른자)’라는 단어를 몰라도 ‘yellow part of eggs(달걀의 노란 부분)’라고 표현하는 게 글로비시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인구는 4억명 정도지만 제2외국어로 영어를 익히고 글로비시를 사용하는 인구는 40억명에 이를 것으로 뉴스위크는 추산했다.
글로비시 확산의 중심지는 중국이다. 베이징 하이디안구의 공터엔 매주 금요일 밤 수백명의 청년들이 모인다. 축구 영화 연예계를 주제로 한 대화는 모두 영어로만 이뤄진다. 문법에 어긋나는 엉터리 영어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Yes we can(우리는 할 수 있다·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선거구호)’ ‘Just Do It(직접 해봐라·광고 문구)’ 같은 짧은 캐치프레이즈도 자주 나온다. 중국 대도시에선 이런 영어회화 모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중국의 유명 영어강사 리양이 가르치는 ‘미친 영어(Crazy English)’도 일종의 글로비시다. 매일 새벽 수백 수천명이 모여 ‘How are You?(어떻게 지내니?)/I am fine. Thank you. And you?(잘 지내. 고마워. 넌 어때?)’ 같은 간단한 회화 문장을 반복해 외치며 외는 방식이다.
냉전 해체와 포스트모더니즘의 확산도 글로비시 등장과 관련 깊다. 영어라는 언어와 서구 문명을 동일시하는 데서 벗어나면서 반미시위에 참여해 성조기를 태우면서도 브리트니 스피어스 같은 미국 가수의 노래에 열광하고 미국에서 만든 애플컴퓨터를 쓰는 시대가 되면서 글로비시가 탄생했다.
2003년 몽고와 칠레가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했고, 멕시코는 2006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다. 인도에선 세계 시장을 겨냥해 글로비시로 영화를 만든다.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대표적 사례다.
인도 대학생과 쿠바의 공무원이 메신저로 대화하고 이스라엘 친구를 초청하는 식으로 세계화가 일상 곳곳에 확산되고 있다. 글로비시는 이제 미국과 영국을 떠나 세계인이 만들고 다듬어가는 지구 공용어로 자리잡고 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