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 민족분쟁 심화… 러, 자국민 보호 명분 파병
입력 2010-06-15 00:13
키르기스스탄의 민족분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키르기스 제2 도시인 오쉬에서 일어난 폭동으로 14일까지 124명이 사망하고 1685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실제 인명 피해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우즈베크인을 대표하는 잘라힛딘 잘릴랏디노프 우즈베크민족센터 대표는 사망자가 200명이 넘고 국경으로 피신한 사람이 10만여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은 우즈베크 정부의 요청으로 구호물품을 실은 항공기와 직원을 국경 지역에 파견했다.
오쉬의 우즈베크 거주 지역인 아라반스코 거리는 가게와 식당이 모두 불탔다. AP통신 기자는 불탄 건물 안에서 3구의 시신을 발견했다. 우즈베크 국경으로 가는 3㎞의 길에도 시신이 널려 있고, 몽둥이와 도끼로 무장한 키르기스인들은 우즈베크인들에게서 빼앗은 차를 몰고 거리를 질주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사태는 지난 10일 밤 키르기스계와 우즈베크계 청년 간 시비에서 시작됐다. 키르기스 과도정부는 지난 4월 축출된 쿠르만베크 바키예프 전 대통령 세력이 자신의 고향이자 정치적 본거지인 이곳에서 사태를 부추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했다. 전날 파병을 거부했던 러시아도 자국민 보호를 내세워 정예 공수부대를 급파했다. 중국도 자국민 귀국을 위해 항공기를 서둘러 보낼 방침이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