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국정운영 변화 의지”-야당 “민심 외면한 불통령”… MB 연설 엇갈린 반응
입력 2010-06-14 18:20
여야는 14일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과 관련, 상반된 평가를 내놓았다. 한나라당은 “민심을 적극 수용해 국정 운영에서 변화를 보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높은 점수를 줬지만, 야권은 “지방선거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담지 못했다”고 평가절하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대통령 연설은 지방선거를 통해 표출된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당에서 분출되는 요구를 모두 수용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대통령이 향후 구상을 잘할 수 있도록 시간을 드리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비대위원인 홍사덕 의원은 “대통령의 연설에서 국민통합을 위한 절절한 고뇌가 느껴져 듣는 사람 모두 가슴이 저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청 전면 쇄신을 요구해온 여권 내 쇄신파들도 “당에서 제기한 쇄신 요구가 일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정태근 의원은 “이제 수평적인 당·청 관계를 만들고 젊고 활력 있는 정당이 되기 위해 당이 해야 될 부분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박계 일각에선 세종시 수정안 철회 등 구체적 입장이 없이 연설이 너무 추상적이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민주당의 반응은 싸늘했다. “실망스럽고 걱정스럽다”(정세균 대표), “대통령께서 안 변하셨다”(박지원 원내대표), “민심을 외면한 ‘불통령’의 연설”(박주선 최고위원), “자신들의 스케줄대로 계속 가겠다는 독선적 연설”(우상호 대변인) 등 혹평 일색이었다. 특히 민주당은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조속히 실천하라”며 현 정부 주요 정책에 대한 즉각 수정을 요구했다. 정세균 대표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하루빨리 대통령 스스로 철회하는 것이 옳다”며 결자해지를 촉구했다. 4대강 공사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치수사업으로 정상화하는 게 옳고, 이런 부분에 대해선 민주당도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류근찬 원내대표는 성명을 내고 “민의를 짓뭉갠 독선의 극치로,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한 대목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도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이 여전히 오만의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변화는 없다’고 고백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