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러시아 책임 증거 내밀자 반박 안해
입력 2010-06-14 22:13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가 폭발 전에 상단이나 페어링이 조기 분리됐다는 러시아 측 주장에 대해 우리 측이 비행 영상과 원격 측정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분리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나로호의 폭발 원인이 한국이 제작한 제어 시스템의 결함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나로호 비행 시퀀스상 폭발 당시까지는 우리 측 제어 시스템이 작동하는 구간이 아니라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14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열린 한·러 공동 실패조사위원회(FRB) 1차 회의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히고 비행 수신 자료 및 분석 정보를 러시아 조사위원들에게 제시했다. 항우연 조광래 본부장을 대표로 하는 한국 기술진 13명과 러시아 기술진 13명 등 모두 26명으로 구성된 이날 회의에서는 나로호 발사 후 통신두절 전까지 양측이 확보한 비행 데이터에 대한 초기 분석 정보를 교환했다.
조 본부장은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회의는 양측이 제시한 데이터 정보를 청취하고 질문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우리가 내놓은 비행 영상과 원격 측정자료 분석 결과에 대해 러시아 측은 어떠한 논쟁(Argue)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나로호 폭발 책임을 한국 측에 전가하려는 러시아에 명백한 증거로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를 수용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또 한·러 양측 모두 비행 데이터에 대한 심층 분석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해 정확한 폭발 원인 분석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양측은 FRB 2차 회의를 7월 모스크바에서, 3차 회의는 8월 한국에서 각각 개최하기로 했다.
한편 러시아 기술진은 16일쯤 모두 귀국하며, 이후 2차 FRB 회의 때까지는 이메일 등을 통해 진척 상황을 상호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항우연은 밝혔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