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美서 ‘에너지 금맥’ 캔다… 포스코건설·SK에너지 등 플랜트 시장 잇단 진출
입력 2010-06-14 21:22
‘중동, 아프리카에 이어 중남미로.’
국내 기업들의 남미 에너지 시장 진출이 활발하다. 중동에 집중됐던 플랜트 건설부터 원유 및 가스를 비롯한 자원개발과 국내 석유제품 수출 시장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자원개발에 그치지 않고 현지에서 자원을 가공해 생산, 수출까지 할 수 있는 생산 거점으로서도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페루 수도 리마에서 프랑스 디에프 수에즈사의 페루 법인인 에네르수르 S.A사와 2억9000만 달러(한화 약 3500억원) 규모의 칠카 우노 복합발전소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발전용량 810㎿ 규모의 칠카 우노 복합발전소 프로젝트는 포스코건설이 설계, 기자재조달, 시공을 함께하는 EPC 일괄 계약 방식으로 공사를 따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9월 3억5000만 달러 규모의 칼파 복합발전소에 이어 페루에서만 두 번째 수주를 기록하게 됐다.
포스코건설은 페루에 앞서 칠레, 엘살바도르에서도 석탄화력발전소 5기를 수주해 남미 플랜트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특히 칠레에서만 지난 1월 전력 생산을 시작한 벤타나스 석탄화력발전소를 비롯해 모두 4기, 금액으로 24억 달러의 수주 실적을 올렸다.
지멘스, 알스톰 등 메이저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남미 플랜트 시장에서 국내 업체가 수주 실적을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술력뿐 아니라 발주처와의 신뢰 관계 형성 전략이 주효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지멘스 등 메이저 업체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보니 발주처의 지시나 요구에 즉각 응대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포스코건설의 경우 발주처의 요구와 지시에 바로 응대하면서 발주처에 좋은 인상을 줬다”고 말했다.
과거의 자원개발 방식을 넘어서는 수직 계열 생산체계도 갖춰지고 있다. SK에너지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 최태원 SK회장,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페루 팜파 멜초리타에서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준공식을 가졌다.
SK에너지의 글로벌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된 LNG 플랜트는 페루 56광구와 88광구에서 나오는 천연가스를 액화해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 건설된 생산기지로 연간 440만t의 LNG를 생산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연간 LNG 소비량이 2500만t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2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이다.
SK에너지는 또 전 세계 참여 광구 33개 가운데 30%가 넘는 11개 광구를 남미에서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남미를 자원 개발의 전략적 요충지로 삼고 있다. 페루 8·56·88광구를 비롯해 브라질 BM-C-8광구 등 4개 광구에서 원유 및 가스를 생산하고 있고 콜롬비아 등 나머지 광구에 지분 참여를 통해 자원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 석유제품의 수출도 늘고 있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관세가 없어지면서 고도화설비를 갖춘 국내 업체에 유리한 수출 환경이 조성된 영향이 크다. 실제 GS칼텍스의 경우 지난해 전체 경유 수출 물량의 24.7%가 칠레에 집중됐으나 올해 1∼4월에는 이 비중이 37.8%까지 증가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칠레의 경우 일종의 무역장벽으로 높은 비중의 경유를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정유업체는 고도화설비 등 수준 높은 정제 시설을 갖췄고 수출 물량이 많아 남미로의 수출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