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인적 개편이 절실한 까닭
입력 2010-06-14 17:48
정치란 신하를 선임하는 데 달려 있다는 경구가 있다. 적재적소 원칙과 맥이 닿아 있으며, 무거운 자리일수록 올곧고 깨끗한 사람을 써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인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까닭 가운데 하나가 ‘멈(MUM) 효과’일 듯싶다. 윗사람에게 듣기 좋은 말만 전하고, 기분을 거스르는 여론은 전하지 않는 것을 일컫는다. 최고 권력자 주변의 참모들이 어떤 이유에서든지 간언하지 않는다는 것은 최고 권력자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과 다름없다. 최고 권력자가 잘못을 잘못이라 여기지 않아 고칠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되는 순간 민심은 떠나고, 정권은 쇠퇴한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준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인적 쇄신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인사 난맥상이 6·2 지방선거 패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 정부는 조각(組閣) 때 ‘고소영’ ‘강부자’라는 등 호된 비판을 받았다. 촛불집회를 계기로 일부 측근들을 공직에서 물러나게 함으로써 반성하는 듯했으나 얼마 후 퇴진했던 측근들을 잇달아 재기용했다. 학연과 지연, 대선 승리의 기여도를 감안한 ‘회전문 인사’가 되풀이됐다. 권력을 잠시 위임한 국민이 보기에 오만하다고 느꼈을 법한 대목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그동안 몇몇 참모들이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거나, 대통령에게 ‘NO’라고 말하는 참모들이 없다는 지적들이 심심찮게 제기돼 왔다. 편중인사로 인해 권력 핵심부에서 정확한 정보의 유통이 제한되는 현상이 이따금 벌어졌다는 방증이다. ‘멈 효과’는 최고 권력자가 젊은층을 비롯한 국민과 소통하는 것을 가로막는다. 이 대통령 인식 또한 유사한 듯하다. 대국민 연설에서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방법을 새롭게 찾아보겠다고 언급한 점은 이를 시사한다.
오는 8월이면 이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돈다. 집권 후반기의 주력 분야는 집권 전반기와 같을 수 없다. 기존 참모들의 잘잘못을 떠나, 대규모 인적 개편을 실행해야 할 시기가 됐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왕 할 바엔 측근 중심 인사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40대나 반대편 사람을 파격적으로 중용하는 방안이 바람직해 보인다.
인사문제에 있어 제대로 된 처방을 내놓지 못하면 집권 후반기는 험난할 것이다. 반면 드러난 약점을 과감히 수술한다면 강점으로 바꿀 수 있다. 이 대통령의 결단과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