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軍 아직 정신 못차렸다

입력 2010-06-14 21:15

군이 감사원의 천안함 사건 감사결과에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 잠수함 공격을 사전에 막지 못한 책임은 통감하지만 12명의 형사처벌을 언급한 감사원장의 국회 발언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감사원 감사는 군이 자청한 것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을 요량으로 감사를 청했다면 군의 대죄(待罪)는 국민을 상대로 한 쇼와 다름없다.

이상의 합참의장이 그제 감사원 감사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며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이 의장은 ‘천안함 감사 관련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일부 사실과 일치하지 않은 내용으로 우리 군이 허위조작을 자행하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인식되고, 그 결과 군과 개인의 명예가 실추됐고 사기도 심각하게 저하됐다”고 주장했다. 어제는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문서 허위 조작에 대해 “전역 후에도 끝까지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대통령 직속 최고 감찰기관인 감사원 감사는 불신하면서 천안함 사건 민·군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를 놓고 끊임없이 제기되는 의문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는가. 물론 사실과 일치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군이 소명할 기회도 충분히 줘야 한다. 하지만 이 의장이 큰소리 칠 만큼 군 지휘부가 천안함 사건 발생 당시 형사처벌을 받을 잘못을 일절 범하지 않았다는 게 군의 진심이라면 이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북한 잠수정 침투에 대비하라는 지시를 무시한 지휘관, 전투기를 제시간에 백령도 상공에 출격시키지 않은 장군, 국방장관에게 허위보고한 참모들까지 면죄부를 줘야 한다는 무책임한 군을 믿을 수 있겠나.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인식을 바꿔야 한다. 김 장관은 국회에서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 당일 술을 마시고, 지휘통제실을 벗어난 이 의장의 사의가 수리된 것은 당연하다. 마속(馬謖)을 참하는 심정으로 군을 개혁해야 제2의 천안함 사건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