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잡는 봉파라치… 춘천, 포상금 노린 전문꾼에 영세상인 울상

입력 2010-06-14 22:28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선의를 갖고 한 일로 과태료만 내게 됐어요.”

규모가 영세한 소규모 업소들이 ‘봉파라치’의 주요 표적이 되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봉파라치는 일회용품 중에서도 특히 비닐봉지를 무상 제공하는 행위를 신고해 포상금을 타가는 전문 신고꾼을 말한다.

14일 강원도 춘천시에 따르면 지난 1월 포상금제 시행 이후 26건의 신고가 접수됐으며 신고자는 2명이었다. 대상은 대부분 동네슈퍼나 빵집, 약국 등 소규모 업소였다. 특히 비닐봉지 사용이 잦은 동네슈퍼는 전체 신고건수의 절반이 넘는 14곳에서 56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아 단골 희생양이 됐다.

춘천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김모(45)씨는 “가격경쟁에서 대형마트에 밀리는 상황에서 비닐봉지 값 20원을 요구하면 ‘서비스가 왜 이러냐’며 화를 내 봉지 값을 받을 수가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일부 업소에서는 계산할 때 봉투 값 20원을 기입만 하고 무료로 제공하는 고육지책마저 내고 있다.

일회용봉투 신고포상제가 ‘봉파라치’들만 살찌운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일부 지자체는 아예 신고포상제를 없애기도 했다. 강릉시는 일회용품 신고포상금제를 실시한 2008년 53건의 신고가 접수됐지만 신고자가 5명에 불과해 포상금이 전문 신고꾼들에게 흘러간다고 보고 지난해부터 제도 시행을 중단했다.

춘천=정동원 기자 cd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