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외화유출 인한 제2환란 막기… 외국계 은행이 ‘主타깃’
입력 2010-06-13 18:43
정부의 ‘자본 유출입 변동 완화방안’은 자본자유화와 시장개방의 기본틀을 유지하면서 급격한 외국자본 유출입으로 인한 국내 금융시장 시스템의 위기 재발 가능성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요 수단은 은행 선물환포지션 신설과 외화대출 용도제한이며, 주된 타깃은 그동안 규제 사각지대에 있었던 외국계은행의 국내지점(외은지점)이다.
외은지점 규제는 정부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자칫 외국자본 규제로 비칠까봐 노심초사하며 막판까지 고심했던 부분이다.
◇‘자본 유출입 변동 완화’ 추진 배경=우리나라의 자본 유출입 변동성이 큰 이유는 소규모 개방경제체제로서 대외의존도가 높고 금융·실물부문 개방도가 높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이 완전히 개방되고 해외차입이 자유화돼 자본 유출입 제한이 거의 없었다. 특히 은행 부문, 그 중에서도 외은지점을 통한 단기 차입 변동성이 높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호황기에는 자본이 과도하게 유입되고 불황기에는 급격히 유출돼 금융·외환시장이 변동하고 이로 인해 실물경제가 다시 영향을 받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되면서 증시나 채권시장 등 우리나라로의 자본 유입이 다시 늘고 있는데 이 같은 자본이 급격히 유출돼 시스템 위기로 확산되지 않도록 미리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선물환포지션 신설, 외화대출 용도제한=자본 유출입 관리의 핵심 수단은 선물환포지션 제도와 외화대출 용도제한이다. 선물환포지션의 경우 그동안 조선사와 자산운용사 등이 환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미래에 받을 수출대금 또는 해외펀드 투자수익에 대해 환전할 환율을 현시점에서 확정하는 선물환 매도계약을 은행과 체결하면 선물환 매입 은행은 현물환시장에 현물환을 매도함으로써 환위험을 회피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은행의 단기외채가 증가하고 자본 유출입 변동성은 커지게 된다. 단기외채 증가는 특히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대규모 자본유출로 이어져 시스템 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1900억 달러의 단기 차입 절반이 조선사와 자산운용사의 환위험 회피에 따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 국내은행과 외은지점에 대해 현물환포지션과 선물환포지션을 합한 종합포지션을 자기자본의 50% 이하로 규제하고 있지만 선물환포지션 자체에 대해서도 국내은행 50%, 외은지점 250%로 한도를 설정했다. 신흥국가 중 선물환 규제를 도입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4월 말 현재 국내은행의 선물환포지션은 15.6%로 기준치를 크게 밑도는 반면 외은지점은 301.2%로 한도보다 51.2% 포인트나 높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3일 “매분기마다 기업의 실수요 선물환매도 추이, 시장상황 등을 감안해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재검토하고 필요시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화대출에도 메스를 들이대 은행의 외화 차입 시 해외사용 용도로만 가능하도록 했다. 종전까지 정부는 외화대출의 경우 원칙적으로 해외사용 용도로만 허용하고 있으나 예외적으로 시설자금에 한해 국산시설을 구입할 때에 한해 은행이 외화재원을 조달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해왔다.
외환건전성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국내은행에 적용되는 중장기 외화자금관리비율 산출 시 외화대출뿐만 아니라 외화만기보유증권을 포함시키고, 비율도 현행 90% 이상에서 100%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국내은행에만 적용돼온 외화유동성리스크 관리기준이 외은지점에도 적용된다. 이에 따라 외은지점도 통화별 유동성 리스크 관리, 자금조달원 다변화, 위기상황 분석 및 비상조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다만 외은지점의 본점이 유동성 지원 확약서를 제출하는 경우 통화별 유동성 리스크 관리만 지키도록 해 국내은행에 비해 완화된 기준을 적용키로 했다. 실수요 이상 선물환거래가 이뤄지지 않도록 기업의 선물환거래를 실물거래의 125% 이하에서 100% 이하로 강화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