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16강] 코치 “아르헨도 잡자”에 선수들 “한국 한국 한국” 화답

입력 2010-06-14 00:19


12일(현지시간)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 내 한국 대표팀 라커룸.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그리스를 2대 0으로 이긴 허정무 감독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태극전사들이 경기 직후 10평 정도 되는 작은 라커룸에 둥그렇게 모였다.

허 감독이 선수들에게 “고생 많았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며 새로운 마음가짐을 주문했다. 곧이어 정해성 수석코치가 선창(先唱)에 들어갔다. “이 분위기를 이어서 아르헨티나도 잡아버리자. 한국, 한국, 한국∼.” 선수들은 “와∼”하는 한목소리 환호성 세 번으로 화답했다.

허 감독, 코칭스태프, 태극전사들 모두 아르헨티나를 이기기 힘들다는 걸 안다. 하지만 적어도 아르헨티나전을 순순히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는 확고했다. 주장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그리스전 후 가진 공식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월드컵에선 항상 이변이 있어 왔다. 우리도 (아르헨티나전에서) 이변이 일어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이 유럽의 복병 그리스를 2대 0으로 완파하고 B조 1위에 올라서며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청신호를 밝혔다. 승점 3(골득실 +2)을 가져온 한국은 2위 아르헨티나(승점 3·골득실 +1)에 골득실에서 앞선 1위가 됐다.

한국은 17일 오후 8시30분(이하 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주경기장에서 아르헨티나와 조 1위 자리를 다툰다(조별리그 2차전).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비길 경우 조 1위(승점 4·1승1무)를 유지한다.

나이지리아는 13일 오전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파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전에서 전반 6분 가브리엘 에인세에게 헤딩 결승골을 내줘 0대 1로 패했다. 한국과 조 2위 자리를 다툴 나이지리아가 아르헨티나전에서 승점을 챙기지 못한 점은 한국으로선 다행이다.

나이지리아는 17일 그리스와의 2차전에서 이기더라도 승점 3(1승1패)이 된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비기기만 하면 최종전 나이지리아전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조 2위(승점 5·1승2무)로 16강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나이지리아는 조 3위(승점 4·1승1무1패)가 된다.

허 감독은 그리스전 승리로 역대 월드컵에서 첫 승을 거둔 최초의 내국인 지도자가 됐다. ‘캡틴’ 박지성은 그리스전 후반 7분 득점으로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 월드컵 3개 대회 연속골 주인공으로 기록됐다. 허정무호는 13일 오후 베이스캠프인 루스텐버그로 돌아와 아르헨티나전에 대비한 첫 훈련을 가졌다. C조 경기에서는 슬로베니아가 알제리를 1대 0으로 꺾으며 승점 3점을 얻어 1위로 나섰고, 잉글랜드와 미국은 1대 1로 비겨 승점 1점씩을 나눠 가졌다.

포트엘리자베스=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