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16강] ‘박짱 대소’ 빗줄기속 응원물결… 5000만이 함께 뛰었다

입력 2010-06-13 18:45


한국축구 대표팀이 56년 만에 월드컵 원정경기에서 유럽팀을 꺾은 12일 전국에서는 대규모 수중 거리 응원전이 펼쳐졌다. 전국의 길거리 289곳에 모여든 100만4000명(경찰 추산)의 시민들은 붉은색 티셔츠 위에 비옷을 입은 채 12번째 태극 전사의 몫을 톡톡히 해냈다.

◇승리의 빗줄기와 함께한 열띤 거리 응원=서울에서는 시청 앞 서울광장과 삼성동 영동대로를 중심으로 20만명이 거리 응원에 참여했다. 특히 강남 코엑스 옆 영동대로 주변은 5만5000명이 몰리면서 새로운 길거리 응원 명소로 떠올랐다. 시민들은 왕복 8개 차로를 차지하고, 대형 스크린을 보면서 ‘대한민국’을 외쳤다. 깔고 앉은 돗자리 위에 차오른 빗물을 열심히 퍼내면서도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다.

서울광장에 모인 5만명의 시민들은 때론 함성을 터뜨리며, 때론 탄식을 자아내며 그라운드의 태극 전사들과 하나가 됐다. 전반 7분에 첫 골, 후반 7분에 추가골이 터지자 서울광장에서는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현장에 대기 중인 경찰과 소방관, 외국인 응원객들도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붉은 옷을 입고 광장을 찾은 아마추어 사진작가 존 앵키(36·뉴질랜드)씨는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일했던 친구가 한국의 거리 응원에 대해 알려줘 휴가를 내고 찾아왔다”며 “한마디로 환상적(fantastic)”이라고 말했다.

상암월드컵경기장,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시내 영화관, 호프집 등에 모인 사람들도 목이 터져라 태극 전사들을 응원했다. 일부 시민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늦은 시각까지 시내 곳곳에 남아 기차놀이, 강강술래 등을 하며 신명나는 뒤풀이를 즐겼다.

◇잠 못 이룬 태극 전사들의 고향=프로축구팀 삼성 블루윙즈의 홈구장인 경기도 수원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한때 블루윙즈에 몸담았던 이정수 선수가 선제골을 터뜨리자 2만5000명이 일제히 일어나 함성을 질렀다. 후반 7분 대표팀 주장 박지성 선수가 추가골로 쐐기를 박자 그의 모교인 수원공고 대강당에 모인 학생과 주민 200여명은 강당이 떠나갈 듯 ‘박짱’을 외쳐댔다. 조용형 김형일 김정우 김남일 등 태극 전사 4명을 배출한 인천 부평고 동문들은 부평로 거리응원전에 참여했다.

태극 전사들의 가족들도 밤잠을 설쳤다. 박지성 선수의 아버지 성종씨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한 호프집에서 응원전을 펼치며 “지성이가 골을 넣은 것보다 한국이 이긴 것이 기쁘다. 16강 진출로 결과를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골 어시스트의 주인공 기성용 선수의 아버지 영옥(54)씨는 “(성용이가) 본인 몫의 120%를 해줬다. 첫 골 어시스트를 기막히게 해 승리의 도화선이 됐다”고 기뻐했다.

전국 36개 교도소와 11개 구치소에서 복역 중인 5만여명의 수형자들도 TV를 통해 경기를 지켜봤다.

◇편의점 매출 급증=편의점을 비롯해 치킨과 호프집, 피자전문점 등의 매출이 급증했다. 보광훼미리마트의 경우 이날 하루 서울광장과 올림픽광장, 수원월드컵경기장 등 대규모 응원 장소 인근 60여개 점포의 매출이 평소에 비해 189.4% 증가했다. GS25에서는 우산과 우의가 전국에서 4만개 넘게 팔렸다. 피자헛은 콜센터 주문 판매량이 평소보다 50% 많았고, 네네치킨은 준비한 물량이 바닥났다.

엄기영 유성열 최승욱 기자, 전국종합=김칠호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