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없는 멕시코 마약과의 전쟁… 마약단 재활시설 총격 19명 사망
입력 2010-06-13 19:18
멕시코 정부의 4년간에 걸친 마약과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마약 범죄조직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멕시코 북부 치와와에서는 11일 마약 재활치료시설에 무장괴한 30여명이 난입, 총격전이 벌어져 1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총격전은 일부 수용자들이 마약 값을 치르지 않아 보복 차원에서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에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로 꼽혀 온 시우다드 후아레스의 한 교정시설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1명이 숨졌다. 이곳에선 마약조직 간 총격전 등으로 올해에만 8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인근 타마울리파스주의 푸에르토 마데로시에서는 마약 조직 간 총격전이 벌어져 20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타마울리파스는 멕시코 최대 마약 조직인 ‘로스 세타스’의 본거지다.
멕시코의 마약 조직 소탕이 힘든 이유는 최대의 마약시장인 미국과 맞붙어 있기 때문이다. 마약 조직은 두 나라 국경을 오가며 경찰을 농락한다.
‘바비(Barbie)’라 불리는 멕시코 마약조직 부두목 에드가르 발데스로가 그 증거다. 미 텍사스 중산층 출신인 발데스로는 머리카락 색깔이 금발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미국 사업가 행세를 하며 콜롬비아산 마약을 수입해서 미국에 되팔아 부를 쌓았다. 결국 그는 벨트란 레이바라는 멕시코 거대 마약조직의 부두목에까지 올랐다. 미식축구 선수 출신인 그는 미국에서 마리화나를 팔다가 레이바와 손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멕시코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다. 마약과의 전쟁 초기 두 나라 경찰은 함께 국경 단속을 강화했다. 미국도 마약조직 소탕에 적극 나서 지난 22개월간 19개 주에서 모두 2266명의 마약 밀매범을 체포했다. 지난 9일엔 멕시코 국경지역에서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400여명을 붙잡기도 했다.
하지만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이 국경지역에서 희생양이 되면서 두 나라 경찰의 마약 소탕 협력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올 들어서만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사망한 멕시코인이 17명에 이른다. 미국은 마약 단속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멕시코는 인권 탄압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