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한톨나눔축제’, “친구들아, 이젠 맨발로 걷지 않아도 돼”

입력 2010-06-13 19:42


“Dear my African friends, I hope you can keep doing what you want to do(사랑하는 아프리카 친구들아, 너희들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펼쳐 나가렴).”

오세정(17)군은 글씨 하나하나에 정성을 담아 조그만 편지지에 써 내려갔다. 그는 “아프리카 친구가 신발을 신고 건강하게 살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린 12일 서울 잠실동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국민일보와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의 주최로 ‘2010 한톨나눔축제’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입은 흰색 티셔츠에는 ‘Play for Hope’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희망을 만드는 놀이터라는 뜻이다. 악천후 속에서도 참가 학생들은 아프리카 친구들에게 희망을 만들어 주기 위해 땀을 흘렸다.

참가자들은 빈곤으로 고통 받는 해외 어린이들에게 보낼 구호 물품을 만들고 포장했다. 지난해보다 4000여명 늘어난 3만2000여명의 중·고교생이 나눔의 소중함을 체험했다.

‘HEALTH ZONE(건강 지역)’이라고 쓰인 천막 아래에서 학생들은 맨발로 다니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줄 운동화를 장식하고 포장했다. 박성혜 기아대책 언론홍보팀장은 “아프리카에서는 발등이 코끼리 발처럼 심하게 부어오르는 기니앗 유충에 의한 질병이 많이 발생한다”며 “질병 예방을 위해 그들에게 신발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10명씩 테이블에 둘러앉은 아이들은 2인 1조로 운동화를 예쁘게 장식하고 편지를 써 상자에 넣고 포장하는 작업을 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참가한 박지선(16)양은 “저 멀리 있는 친구들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EDUCATION ZONE(교육 지역)’에서는 ‘드림노트’가 만들어졌다. 학생들은 끈으로 엮어 만든 공책 앞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빨갛고 파란 스탬프 잉크를 손가락 끝에 묻혀 공책 표지를 꾸몄다. 강명진(16)양은 “Always be brave!(항상 용기를 갖길)”라고 카드 첫 장에 적었다. 그는 “어려운 환경에 있지만 아프리카 친구들이 꿈과 용기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기아대책 정정섭 회장은 “지금도 1분에 34명, 하루 5만명의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굶주림 속에 죽어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정 회장은 “한국의 내일을 짊어질 청소년들이 어렸을 때부터 남을 사랑하고 섬기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아대책은 참가자들이 만들고 포장한 구호 물품들을 그 자리에서 운송용 컨테이너에 차곡차곡 실었다. 정성스럽게 제작된 물품은 운동화 2만 켤레, 축구공 3000개, 노트 3만권, 축구화 300켤레에 달했다. 이 물품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시 인근의 빈민촌 아이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조국현 기자 jo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