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파일] 선수잡는 자블라니… “반발력 너무 심해, 구멍가게 파는 싸구려 공 같다”
입력 2010-06-13 21:19
“우리 골키퍼를 비난하지 말아 달라. 선수들이 공(자블라니)에 대해 계속 불만을 얘기해 왔지 않는가.”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 스티븐 제라드가 13일(한국시간) 미국과의 경기에서 공을 뒤로 흘리는 결정적인 실책을 해 승리를 날린 골키퍼 로버트 그린을 감싸며 한 말이다.
이번 대회 공인구 자블라니는 공수 구분 없이 선수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자블라니는 반발력과 스피드를 높여 정확하고 빠른 패스와 슈팅을 가능케 하려는 목표로 3차원 입체 형태의 가죽조각 8개를 이어 붙였다. 하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공의 움직임이 불규칙해 선수들로부터 “동네 가게에서 파는 싸구려 플라스틱 공 같다”는 불만을 사고 있다.
개막전에서 멕시코와 남아공 선수들은 사이드라인 부근에서 반대쪽 사이드라인으로 크게 전개하는 패스를 시도했다. 그라운드에 떨어진 공은 크게 튀어올라 선수의 머리 위를 훌쩍 넘었다. 상대 수비라인 뒤쪽에 떨어뜨리는 침투 패스도 잔디에 떨어지면서 급격히 빨라져 공격수의 발에 닿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세트 피스 상황에서 정확한 감아차기를 즐기는 선수들은 더욱 곤란한 상황이다. 한국 대표팀 ‘왼발의 달인’ 염기훈은 지난 8일 연습에서 “세게 차면 공이 넘어가고 그것을 감안해 약하게 차면 멀리 날아가지 않는다”며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감각적인 슈팅으로 세계 최고의 공격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도 자블라니가 껄끄럽기는 마찬가지다. 상대 골키퍼 빈센트 에니에아마의 눈부신 선방 때문도 있었지만 약간씩 모자란 메시의 슈팅은 아르헨티나 팬들의 애를 태웠다. 후반 29분 메시는 상대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반대쪽 포스트를 보고 감아차는 특유의 프리킥을 날렸지만 크로스바를 훌쩍 벗어났다. 어이없다는 듯 메시는 머리만 긁을 뿐이었다.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요안 구르퀴프(프랑스)가 상대 오른쪽 코너 부근에서 찬 프리킥이 감겨 골문으로 향한 것이 위협적이었을 뿐 이번 대회에서 ‘감아차기’ 프리킥은 골과는 거리가 멀었다. 현역 선수이자 국가대표 출신인 SBS 김병지(경남FC) 해설위원은
“공의 변화가 심해 직선으로 날아가는 강한 프리킥이 감아차는 것보다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