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 민족”끼리 “불바다” 협박이라니

입력 2010-06-13 19:10

북한이 “서울 불바다”라는 극한 용어로 한국을 협박했다. 1994년 남북 실무접촉 북한 측 대표가 내뱉은 극악한 표현이 16년 만에 다시 나왔다. 우리 군이 군사분계선 일대에 심리전용 확성기를 설치하자 북한군 총참모부는 “도발행위”라며 불바다 협박을 동원한 것이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천안함 사건이야말로 남북 합의를 파기한 군사도발 아닌가. 그동안 입만 열면 “우리민족끼리”라더니 이제 불바다가 웬 말인가.

지난달 우리 군이 확성기 설치를 시작하자 북한은 이를 조준격파하겠다고 위협했다. 확성기가 다 설치되니 “서울 불바다까지 내다본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 행동에 진입하겠다”고 수위를 높였다. 확성기 방송이 인민군 사기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북한이 경기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불바다 협박이 유사(有事)시 국제사회가 충돌 책임의 경중을 가릴 때 중요 판단자료가 됨을 알아야 한다.

원래 짖는 개는 물지 않는 법이지만 궁지에 몰린 북한이 어떤 짓을 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북한군의 특이동향이 당장은 보이지 않는다 하나 우리 군은 임전필승의 정신으로 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늑장과 허위 보고로 얼룩진 천안함 사건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만약 북한이 도발하면 몇 배로 응징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은 확성기 방송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정작 우리 군은 방송 재개 시기나 대북 전광판 설치에 대해 오락가락하고 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국회에서 언제가 될지도 모를 유엔 안보리 조치가 끝난 뒤 확성기 방송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심리전 도구의 하나인 전광판 설치도 비용 문제 등을 들어 재검토하기로 했다. 심리전을 하겠다고 선언해 북한을 자극만 하고 실효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천안함 보복 조치는 말을 앞세울 게 아니라 실질적인 방법으로 가차 없이 실천돼야 한다.

지방선거 후 정부의 천안함 대응이 한발 물러선 듯하다. 군 지휘부의 잘못을 문책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지만 칼끝이 자기를 찔러서는 안 된다. 북한의 “서울 불바다” 협박과 중국의 비협조, 지방선거에 승리한 야당의 견제에 굴하지 않고 당초의 외교·군사적 대응 조치를 차분하게 이행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