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16강] 스피드+협력플레이+멘털리티의 승리였다

입력 2010-06-13 18:28


한국이 그리스전에서 2대 0 완승을 거둘 수 있었던 3가지 요인은 첫째 스피드, 둘째 협력 플레이, 셋째 멘털리티(mentality)였다.

우선 태극전사들이 그리스전을 전·후반 내내 주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스피드였다. 한국은 공격, 미드필드, 수비 등 그라운드 전 영역에서 그리스 선수들보다 빨랐다.

스피드가 상대보다 앞선다는 것은 볼 소유 시간을 그만큼 오래 가질 수 있다는 걸 말한다. 그리스는 자기 진영 빈 공간을 요리조리 파고들며 짧은 패스를 이어가는 태극전사들을 효과적으로 봉쇄하지 못했다.

신속한 팀 스피드는 결정적인 순간 개인 스피드로 발전했다. 박지성은 후반 7분 볼을 갖고 있는 동안 폭발적인 가속력을 내는 평소 모습 그대로 한국의 추가골을 뽑았다. 이날 경기의 맨 오브 더 매치(Man of the match)로 뽑힌 박지성의 골은 그리스전 카운터 펀치였다.

스피드는 압박으로 이어졌다. 태극전사들은 한 발 먼저 더 뛰는 압박으로 중원을 장악했고, 이는 결국 승리로 이어졌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원동력을 연상시키는 장면이기도 하다.

두 번째 승인은 한국의 사전 약속된 협력 플레이였다. 허정무호 선제골이 대표적인 협력 플레이 공격 전술인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전반 7분 중앙수비수 이정수는 기성용의 오른쪽 프리킥을 발로 갖다 대 손쉽게 첫 골을 넣었다.

그리스 수비수들은 박주영, 염기훈 등 다른 한국 공격수들을 막느라 골문으로 쇄도하는 이정수를 놓쳤다. 기성용이 오른쪽 구석에서 프리킥을 올리고, 이정수가 공격에 가담해 골을 넣는 모습은 대표팀이 남아공 루스텐버그와 포트엘리자베스 훈련에서 득점 루트의 하나로 연습한 시나리오다.

한국의 협력 플레이는 수비 측면에서도 합격점을 줄 만했다.

그리스가 공격할 때 최전방 공격수 박주영은 우리 수비 진영까지 들어와 협력 수비에 가담했다. 대신 이청용을 최전방에 놔두면서 속공을 준비했다. 박주영과 이청용의 그리스 공격 시 역할 분담은 경기 전에 약속된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멘털리티에서 그리스를 앞섰다. 박지성, 박주영, 기성용, 차두리, 이영표, 김남일 등 현재 유럽에서 뛰거나 과거 유럽에서 활약했던 태극전사들은 그리스 선수들을 심리적으로 압도했다. 큰 경기 경험이 있는 유럽파 태극전사들의 멘털리티가 허정무호 전체 팀 사기를 지배하면서 긍정적 상승 작용을 만들었다.

좀 더 날카로워져야 할 골 결정력과 우리 문전에서 그리스 선수를 놓쳐 몇 차례 슈팅 기회를 준 점은 보완할 과제로 남았다.

포트엘리자베스=이용훈 기자 coo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