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방기도회 500회째 맞은 강명순 의원 "기도만이 민족을 바꿀 수 있습니다"
입력 2010-06-13 17:33
[미션라이프] 지난 10일 오전 7시 국회의사당 본청 지하 예배실. 목사인 강명순(59) 의원이 찬양을 인도하고 있었다. “참 아름다운 노래 늘 높이 부르세 하늘의 소망 주신 주 찬양하여라~” 강대상을 두드리고 몸까지 흔드는 모습은 근엄한 국회의원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평소 참가자가 3~5명인 기도회엔 이날 수십 명이 참석했다.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모인 것은 이날이 500회째 ‘골방기도회’의 날이기 때문이다. 강 의원 등은 지하 예배실의 모임을 ‘골방기도회’라고 부르고 있다. 골방기도회는 18대 국회 개원일인 지난 2008년 5월 30일 강 의원의 제안으로 처음 열렸다. 기독 국회의원들이 먼저 나라와 민족을 위해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하자는 취지였다. 주말과 공휴일을 빼고 매일 모이기로 했다. 강 의원은 한번도 빠지지 않고 골방을 지켰다. 말이 그렇지 바쁜 의정활동 가운데 매일 기도회에 참석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은 일이다. 오직 기도만이 이 나라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강 의원으로 하여금 골방기도회를 개근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하루 평균 강 의원의 취침 시간은 4시간 남짓. 의정활동 외에도 매일 새벽에 골방기도회에 나오고 밤늦게 기도회를 위한 설교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 힘들어 도망치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 때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했다고 한다.
500회째 기도회를 이어오는 동안 변화된 게 많다. 우선 강 의원의 얼굴이 달라졌다. 2년 전만 해도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감리교 목사로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된 그녀는 1주일 금식기도를 한 뒤 국회에 입성했다. 평생 어린이만 상대해오던 그녀에게 ‘나라와 민족’은 너무나 큰 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도 후에도 두려움은 떠나지 않았다. “일하러 왔는데 겁에 질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1주일 금식기도까지 하고 왔는데 ‘이러다 국회의원직도 제대로 감당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랬던 그녀의 얼굴이 환하게 펴진 이유를 묻자 강 의원은 “그게 바로 골방기도회의 힘”이라며 활짝 웃었다.
기도회에 참석하던 그녀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예수님을 처음 믿은 비서, 결혼 후 7년 만에 아기를 가진 비서 등 골방기도회에 참석하면서 의미 있는 변화를 경험한 사람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강 의원에게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기도회를 통해서 이 땅의 빈곤 아동들을 위한 제도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봄 강 의원의 발의로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지역아동센터 지원금이 220만원에서 320만원으로 인상됐다. 지역아동센터 지원금 인상은 그녀가 국회 입성하기 훨씬 이전부터 정부에 요청해왔던 내용이었다. 그동안 허용되지 않았던 것이 ‘국회의원 강명순’의 힘으로 성사된 것이다.
소외된 어린이들을 위한 ‘부스러기선교회’를 만든 강 의원의 별명은 ‘빈민 아동들의 대모’이다. 이 별명대로 그녀는 국회에서 교육, 성폭력, 보육 관련 수많은 법안을 발의했다. 소외된 자들에 대한 깊은 사랑이 그녀 안에는 넘친다. 강 의원은 지난해 아동복지법을 발의한 데 이어 지난달엔 아동빈곤법을 대표 발의했다.
빈곤 아동들을 돕기 위해서 동분서주했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된 순간들도 많았다. 그 때마다 강 의원은 골방에서 눈물로 기도했다. 동료 의원들, 특히 크리스천 의원들에게는 “하나님의 시선이 머무는 작은 곳의 개선을 위해 노력해 나가자. 이런 일 하라고 하나님이 당신들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주셨다”고 호소했다. 강 의원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두 법안이 통과돼 우리나라가 아동 선진국으로 가는 신호탄이 되기를 믿고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내에서 그녀는 '강 의원'이 아니라 '누님' '목사님'으로 통한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지역 현안 때문에 시달릴 때가 많다. 매일 욕을 먹거나 비난받는 국회의원들도 많다. 한마디로 초선 '목사 의원'에 비친 국회는 힘들고 지친 국회의원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때마다 그는 말없이 그 의원을 안아주거나 기도해준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얻게 된 별명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그녀를 좋아하는 이들은 청소원, 방호원(경비원)들이다. 복도에서 지나칠 때마다 강 의원이 먼저 다가가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기 때문이다.
그녀는 처음 전국구의원 제안을 받았을 때 일언지하에 “국회는 썩은 곳”이란 이유를 대며 거절했다. 그러나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이 자리 역시 내가 최선을 다해 헌신할 목회지이며 선교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한 명의 크리스천 국회의원이 ‘주님의 심장’을 가지고 일해 나갈 때, 수많은 변혁이 이뤄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됐다. 평소 빈곤문제 전문가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국회에서 ‘우물안 개구리’ 였음을 깨달았다는 그녀는 이제 크리스천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성을 발휘할 경우에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이루는 운동가가 될 수 있음을 믿는다.
“국회에 기도 소리가 흘러넘치기를 소망합니다. 오직 기도만이 이 민족을 선하게 바꿀 수 있습니다. 크리스천 의원, 공직자들이 먼저 기도하는 사람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