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통신] ‘침묵 병지’… 심한 사투리 해설에 눈살, 결정적 순간에선 입 닫아
입력 2010-06-13 18:36
월드컵 첫 해설자로 나선 김병지(40) 해설위원에 대한 불만이 높다.
경남FC 소속 김 위원은 월드컵 기간 중 해설자로 변신, 남아공-멕시코 개막전과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전 등에서 중계 마이크를 잡았다. 500경기 출장 등 ‘살아 있는 전설 골키퍼’답게 김 위원은 과거 국가대표 시절 맞붙었던 선수 이력을 설명하는 등 선수 경험을 살린 해설을 선보였다.
하지만 문제가 더 많았다. 경남 밀양 출신으로 주로 포항과 울산 등 경상도 지역팀에서 활동한 김 위원의 심한 사투리는 명확한 의미 전달을 어렵게 했다. 본인도 사투리를 의식한 듯 말을 천천히 하는 노력을 했지만 오히려 말이 뚝뚝 끊어지며 의미 전달이 더 어려워졌다. 긴 순간 침묵이 이어진 상황도 많았다. 또 해설이 필요한 결정적 장면에서 구체적 설명 대신 ‘위험한 장면이다’ ‘멋있다’ 등 두루뭉술한 감상평으로 일관한 점도 아쉬웠다.
각종 축구 게시판엔 첫 해설임에도 ‘열심히 했다’는 의견이 간간이 보였지만 ‘경상도 사람인데도 무슨 말인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다’ ‘그는 위대한 골키퍼지만 해설자로선 낙제’라는 등 불평이 가득했다.
특히 김 위원의 긴 침묵을 지난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해설 대신 고함응원으로 유명해진 스피드스케이팅 제갈성렬 해설자의 ‘샤우팅 해설’에 빗대 ‘침묵병지’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도 생겼다.
SBS 독점방송인 탓에 대안이 없다는 점,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전에서 발생한 오디오 방송사고 등도 김 위원 해설에 대한 불만을 증폭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김 위원의 해설이 독특한 시각을 전해주는 만큼 김 위원과 전문 해설가를 동시에 투입, 3인 체제를 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도 나온다.
김도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