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16강] 쓰레기 80t… 환경미화원들 “그래도 힘나요”

입력 2010-06-13 18:48

“한국 축구 대표팀이 이기면 이길수록 응원객이 늘어 청소는 힘들겠지요. 그래도 이긴 경기 이후 청소할 때는 쉽고 잘됩니다. 시민들도 마음껏 응원하기를 바랍니다.”

지난 12일 오후 11시쯤 월드컵 첫 승의 기쁨이 절정에 달할 무렵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서울광장에 나타났다. 주황색 야광조끼와 녹색 빗자루, 쓰레기봉투로 무장한 그들은 화려한 월드컵 응원의 숨은 도우미 환경미화원들이다.

서울 중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190명 중 99명이 서울광장 거리 응원 뒷정리에 긴급 투입됐다. 경기가 끝나고 응원인파가 떠난 자리에는 비옷, 응원도구, 먹다 남은 음식물 등 각종 쓰레기가 가득했다.

하루 온종일 세차게 몰아친 비로 물기를 가득 먹은 신문지가 땅에 붙어 말끔하게 뜯어지지 않았다. 음료수 캔과 페트병은 발에 차여 굴러다녔다. 응원도구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잔디밭은 흙탕물투성이어서 청소에 속도가 붙질 않았다. 차량 통제도 일찍 풀려 도로 청소는 더욱 어려웠다.

환경미화원들은 일단 덩치가 큰 쓰레기부터 정리했다. 구역별로 3∼4명씩 조를 나눠 손으로 쓰레기를 나른 뒤 진공흡입기 2대를 이용해 나머지를 치웠다. 바닥은 노면차 2대를 동원해 청소했고 물차 2대도 투입했다.

새롭게 거리응원 중심지로 떠오른 서울 삼성동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사거리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지하철 출구에는 생수통과 응원도구가 널브러져 있었고 비에 젖은 우비를 밟아 넘어지는 시민들도 있었다.

거리응원 주최 측은 “나눠준 쓰레기봉투에 자기가 쓴 물품을 담자”고 방송했다.

앞자리를 지키던 시민 50∼60명이 남아서 쓰레기를 치웠다. 주최 측을 중심으로 드문드문 시민들이 모였다. 이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하며 환경미화원들을 도와 응원 현장을 청소했다.

그러나 일부는 꽹과리를 치고 기차놀이를 하는 등 승리의 여운을 만끽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특히 응원장 주변 유흥가 골목은 응원인파가 버리고 간 쓰레기들로 지저분했다. 강남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85명은 새벽 4시쯤 청소를 마무리했다.

이날 서울광장 30t, 청계광장과 세종로 일대 8t, 삼성역 주변 영동대로 일대 20t 등 대표적 거리 응원현장에서 나온 쓰레기는 60t에 달했다. 신촌 대학로 등 소규모 응원현장에서 나온 쓰레기를 더하면 80t이 넘는다.

환경미화원 김경태씨는 “그래도 도와주는 시민들이 있어서 고맙다”며 “특히 젊은이들이 누구보다 열심히 도와줘서 힘이 난다”고 말했다.

전웅빈 노석조 김수현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