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反긴축” 태풍에 슬로바키아 총선 우파野 승리

입력 2010-06-13 20:08

그리스 재정 위기로 몸살을 앓았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에 후폭풍이 불고 있다. 독일에서는 12일 재정긴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유로존 지킴이로 나선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위기에 빠트렸다. 슬로바키아 총선에선 그리스 지원에 반대하는 야권이 총선에서 승리했다.

◇독일=베를린과 슈투트가르트에서 각각 1만~2만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몰려나왔다. 원인은 지난 7일 정부가 발표한 대규모 재정긴축 계획.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재정 개혁안에는 양육보조금과 실업수당 축소, 공무원 감축, 은행세와 항공세 신설, 에너지산업 세금감면 폐지 등 독일 사회의 근간을 뒤흔들 만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반면 부유층의 소득세와 상속세는 건드리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79%가 재정긴축안을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수당은 생존할 만큼 돼야 한다” “모두를 위한 고용 인권 안전”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정부 정책에 항의했다. 사회민주당, 녹색당, 좌파당 등의 야당은 메르켈 총리의 사퇴를 촉구했다. 사민당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원내대표는 “현 정부는 실패작”이라며 “가장 깔끔한 해결책은 조기 총선”이라고 주장했다.

메르켈 총리는 빌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재정적자를 줄여야만 한다”며 긴축안을 옹호했다. 하지만 로이터는 “유로존 위기의 조기 진화에 실패한 데다 처음 약속과 다른 재정긴축안을 발표하면서 메르켈의 지지도가 추락하고 있다”며 “지난달 치러진 분터스라트주 상원선거에서 집권연정이 패하면서 더욱 궁지에 몰렸다”고 보도했다.

◇슬로바키아=지난해 1월 유로존에 가입한 슬로바키아에선 ‘우리보다 더 잘사는 그리스를 왜 우리가 도와줘야 하느냐’는 반감이 높다. 결국 12일 치러진 총선에서 중도좌파 스메르당 주도의 연립정부가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슬로바키아 통계청의 개표 결과, 스메르당이 62석을 얻어 제1당은 유지했지만 연정 파트너인 슬로박민족당이 9석에 그쳐 과반에 5석이 모자라는 71석 획득에 그쳤다. 그리스에 대한 지원 유보를 약속한 슬로박민주기독연맹과 자유와연대당 등 중도우파 4개 야당은 연정 구성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이들 정당의 총 의석은 79석으로 전체 의석의 과반을 확보했다.

유로존의 그리스 지원 금액 중 슬로바키아가 부담할 몫은 8억 유로로 올해 예상 국내총생산(GDP)의 1.2%, 재정적자의 21%에 이른다. 로베르토 피초 총리는 재정긴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복지정책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주기엔 역부족이었다.

중도우파 정당이 연정을 구성해 정권을 인수한다 해도 앞날은 불투명하다. 이베타 라디코바 슬로박민주기독연맹 총재는 “세금을 인상하지 않고도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뾰족한 대안을 못 내놓고 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