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희망, 强小기업] (41) 의자 전문브랜드 ㈜시디즈

입력 2010-06-13 18:03


‘디자인+인체공학’ 의자로 글로벌 공략

국내 의자 전문브랜드인 ㈜시디즈(SIDIZ)는 의자 하나만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한 대표적인 강소기업이다. 시디즈는 48종의 다양한 의자를 생산해 지난 한 해 동안 6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 매출목표는 지난해보다 30%가량 늘어난 840억원이다.

이 회사는 1994년 전신인 ㈜씨템으로 창업했다. 이전까지는 가구 제조사인 퍼시스그룹에 의자를 납품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공장에 불과했다. 하지만 무명의 의자 메이커에서 단기간에 글로벌 의자 메이커로 발돋움했다. 비결은 디자인과 인간공학을 접목한 창의경영이었다.

창의경영을 주도한 주역은 김상현(50) 사장. 그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기아자동차 계열 기아기공 연구원 출신인 그는 1994년 초 의자와 인연을 맺었다. 자동차 제조사 출신인지라 누구보다도 디자인과 공학이 품질을 가른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곧바로 디자인 연구개발(R&D)을 시작했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30여명이 공동 연구하는 산업디자인·공학 협업시스템도 구축했다. 그는 예쁜 디자인보다는 인체공학적으로 편안한 디자인을 우선하는 ‘디자이니어링’(Designeering·Design과 Engineering의 합성어)을 강조했다. 이어 1998년 국내 가구업계 처음으로 디자인과 인체공학을 접목하는 ‘의자연구소’를 설립, 새로운 개념의 의자를 잇달아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2000년 초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해 KTX 역사에 프랑스 디자이너들과 공동 디자인해서 만든 고객용 벤치를 납품한 것이 큰 경험이 되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 당시 마케팅보다 디자인과 품질을 더 우선하는 고객평가가 중요하다는 점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세계시장의 벽은 높았다. ‘가구의 본가’로 알려진 독일과 이탈리아의 명품 의자들, 그리고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의 벽을 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계속됐다. 유럽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라고 생각한 김 사장은 2007년 법인명을 시디즈로 바꿨다.

시디즈는 세계 공용어 에스페란토어로 ‘앉는다’라는 의미인 ‘SIDI’에 완결을 뜻하는 Z를 붙인 합성어다.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자신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었다. 그는 ‘극중월구’(克中越歐)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최고 디자인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제품으로 ‘중국을 극복하고 유럽을 추월한다’는 의미였다.

이어 그해 6월 미국 시카고를 시작으로 각국을 돌며 신제품 전시회를 잇달아 열었다. 그러자 해외시장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김 사장은 미국 외에 유럽과 중동, 남미, 아프리카 등 전 세계 25개국에 해외지점을 개설했다. 외국 딜러들을 만날 때마다 ‘사람이 하루 평균 5∼6개 의자에 앉는다’는 데이터를 제시하며 ‘의자는 생각보다 중요하다’고 각인시켰다. 또 각종 모임마다 ‘치어스(cheers)’ 대신 의자를 뜻하는 ‘체어스(chairs)’로 건배를 했다.

그러자 해외주문이 늘어나더니 2008년에는 전체 매출의 50%까지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에는 유럽 IBM사에 단일가구 품목으로는 처음 의자 2만개를 한꺼번에 수출하는 실적도 올렸다. 더구나 2년 연속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미국의 IDEA(Industrial Design Excellence Award)상을 받았다. 특히 IDEA상을 수상한 신제품 ‘T-55’는 사용자 움직임에 맞춰 미끄러지는 ‘특수 슬라이딩 시스템’으로 대표적인 인체공학적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시디즈 사원은 137명. 김 사장은 이들에게 창의성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그는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크리에이티브 시디즈’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여기서 사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는 곧바로 신제품에 반영한다. 아울러 디자인과 제품 생산라인의 혁신프로세스에 연간 1만여건에 달하는 창의적인 제안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 덕분에 원가절감과 품질향상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았고 지난해 ‘인간디자인공학대상’에서 지식경제부 장관상을 받았다.

김 사장은 연 70만개인 해외수출량을 내년까지 100만개로 늘릴 계획이다. 김 사장은 “단순 마케팅이 아니라 최고의 디자인과 인체공학적 설계로 명품 브랜드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kyung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