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 이동농협 김은자 차장, 치매 노인 돌보며 가족에게도 웃음 선물
입력 2010-06-13 19:42
“가슴이 찢어져도 자물통을 걸어 잠글 수밖에 없었던 가정들이 웃음을 되찾은 것 같아 뿌듯합니다.”
경기도 용인시 이동농협에 근무하는 김은자(51·여) 차장은 2006년 자신이 발로 뛰어 만든 ‘치매 중풍 노인 복지 프로그램’을 설명하며 13일 이같이 소회를 밝혔다.
김 차장은 이곳에서 나고 자란 뒤 16년간 농협에서 일하면서 고향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골몰하다가 이러한 사업을 처음으로 제안했다. 그는 “치매나 중풍을 앓는 어르신들 때문에 가족 간 불화가 생기거나 농사일을 나가서도 초조해하는 가정을 많이 봐 왔다”며 “농촌이 잘살기 위해서는 농협이 나서서 그들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은 치매,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돌봐주는 사업이다. 간호사와 물리치료사가 진행하는 건강관리뿐 아니라 자원봉사자와 함께하는 취미활동 등으로 알차게 구성돼 있다. 김 차장은 “초창기엔 돈도 많이 들고 무엇보다 목욕, 대소변 처리 등 뒤치다꺼리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주위의 만류가 심했다”면서 “하지만 이제 어르신들은 가까이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좋고, 가족들은 걱정 없이 일할 수 있게 돼 좋다며 칭찬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웃을 일만 있는 건 아니었다. 가족처럼 매일 얼굴을 맞대고 생활했던 어르신들이 갑자기 세상을 떠날 때에는 내 일처럼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김 차장은 “이곳을 거쳐 가신 분이 벌써 100여명이 되는데 ‘계실 때 더 잘해드릴 걸’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하지만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현재 사업에는 매년 2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한때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좋은 사업으로 평가받아 약간의 보조를 받은 적도 있었지만 지원이 꾸준히 이어지진 않았다. 그는 “기준상 정원이 20여명으로 제한돼 있어 대기자가 많은 상태”라며 “기회가 주어지면 환자용 목욕시설 등을 확충해 더 편안한 쉼터로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글=김아진 기자, 사진=윤여홍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