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배병우] 데이터 대홍수
입력 2010-06-13 21:30
#1. 대한생명은 최근 보험사기 예방 기능을 강화하고 보험금 지급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보험심사 전문 시스템 ‘K-CESS’를 오픈했다. 시스템을 가동하면 보험 청구인의 가입 내역과 사고 정보, 담당 설계사 등 700여개 평가항목들이 단 몇 초 만에 분석돼 부당청구 건을 걸러내게 된다. 이로써 부정 가능성이 없다고 판정된 청구에 대한 보험금 지급시간은 훨씬 단축되게 됐다.
#2. 월마트 등 대형 유통회사들은 고객이 구매한 물품의 자료, 일명 ‘장바구니 데이터(basket data)’를 분석해 개별 고객에 특화된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 뿐만 아니라 시간대별로 잘 팔리는 상품, 고객이 방문할 때마다 구입한 상품과 상품 간 관계를 분석해 매장 운영 전략이나 기업 전략에 반영한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이들 기업이 막대한 고객 거래 정보를 축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데이터가 통계학과 컴퓨터공학에 기반을 둔 분석 기술과 결합하면서 기업 활동 전반이 환골탈태하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구글, 네이버 등 온라인 기업이나 일부 오프라인 업종의 선두 기업이 주로 활용하던 데이터 기반 기업 경영이 최근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고, 그 속도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 어디서나 넘쳐나는 데이터’가 있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월 25일자 특집판에서 이 현상을 ‘데이터 대홍수(Data Deluge)’라고 불렀다. 컴퓨터와 카드, 휴대전화 등 각종 디지털 정보단말기의 일상화, 컴퓨터 저장 및 분석 용량 확장으로 데이터의 희소성은 옛말이 됐다.
월마트는 시간당 100만명이 넘는 고객 거래 정보를 처리, 미 의회 도서관이 보유한 모든 책의 167배에 해당하는 2.5페타바이트의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한다.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사이트인 페이스북에 저장돼 있는 사진은 400억장에 이른다.
이러한 데이터 홍수는 기업과 정부, 예술·문화, 개인의 일상생활 등 전 분야에 광범위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산업 생태계도 데이터를 자산으로 여기고 활용할 줄 아는 성장 기업과 그렇지 않은 쇠락 기업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정보량이 급증하는 데다 광범위하게 공유됨에 따라 데이터 보안이나 프라이버시 보호가 더욱 어려워지는 등의 부작용도 현실화하고 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대한 적응과 대응에 미래가 달려 있다.
배병우 차장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