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리스戰을 보니 16강이 보인다
입력 2010-06-13 19:10
완벽한 경기에 깔끔한 승리였다. 공격과 수비 모두 선진 축구의 세련된 면모를 보여주었다. 남아공월드컵 첫 경기에서 터진 두 골은 한국 축구의 일신된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우리 골문은 굳게 걸어 잠갔다. 꿈의 16강 진출에 중요한 교두보를 마련하면서 희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경기 내용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대한민국 축구 역사 상 최고의 경기라는 평가도 나올 만했다. 경기 시작 7분 만에 터진 이정수의 선제골은 한국팀이 치른 월드컵 본선 경기 사상 최단 시간에 넣은 골이다. 후반 7분에 보여준 박지성의 골은 절정의 환희였다. 중원에서 상대의 공을 빼앗은 박지성은 30여m를 질풍처럼 내달아 수비수 2명을 제친 뒤 쐐기골을 박아 온 국민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번 승리는 승점 3이라는 점수를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 FIFA 랭킹 13위이자 2004년 유럽챔피언인 그리스의 벽을 넘었다는 것은 유럽 축구에 주눅 들지 않는 자신감의 발로로 볼 수 있다. 볼 점유율은 비슷했지만 슈팅 수에서 3배(한국 18개, 그리스 6개)나 앞섰고, 유효슈팅 수도 7대 2로 압도해 공격 축구의 화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리 선수들이 이역만리에서 승전보를 엮어 올리는 동안 국민들은 응원을 통해 하나 되는 기쁨을 누렸다. 서울광장을 비롯한 전국의 거리응원장에서는 승리를 자축하는 함성으로 가득했다. 천안함 사태와 나로호 발사 실패 등으로 위축된 마음을 활짝 열어젖히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경기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청소!’를 연호하며 비닐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버리는 시민의식을 발휘했다. 일부 젊은이들은 밤늦게까지 환경미화원의 청소를 도와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했다.
그러나 이제 출발이다. 방심은 금물이다. 남은 2경기 모두 비기기만 해도 16강 진출이 유력하지만 상대는 세계 정상급 팀이다. 첫 경기에서 이긴 팀이 16강에 오를 확률이 90%에 이르지만 우리는 2006년 독일 대회에서 실패했다. 미션은 간단하다. 남은 경기도 그리스전만큼만 하라. 국민적 염원인 16강 진출이 눈앞에 다가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