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교단 재통합, 평신도 주체로… 신학대 교수들 구체 방안 논의
입력 2010-06-13 17:42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통합, 고신, 기장 등 주요 신학대 교수들이 96개 교단으로 분열된 한국장로교회의 재통합 가능성과 구체적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12일 한국교회사학연구원(이사장 박옥선)이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 과거 한국장로교단의 분열은 역사적 과오였다고 평가하고 하루속히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연합과 일치정신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낙흥(고려신학대학원) 교수는 “장 칼뱅의 개혁주의신학 전통을 계승한 통합과 합동이 과연 기독교의 사활과 관련된 교리적 차이로 분열됐는지 되묻고 싶다”며 “두 교단의 헌법과 목회자들의 설교, 교인들의 신앙 모두 상당히 보수적인 복음주의적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따라서 “동일한 신앙을 고백하고 근본적 교리를 공유하는 장로교단들이 분열의 죄를 회개하고 화목과 일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규홍(한신대) 교수는 “장로교회들의 일치는 획일적인 통합이나 적당한 결합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성서 중심적 신앙과 사도신경 고백, 장로 중심의 대의적 정치제도와 공용 찬송가 등 이미 일치가 이뤄진 신앙전통을 유지, 발전시키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 교수는 “과거 교회의 분열이 목회자들에 의해 비롯되었다면 앞으로의 일치는 평신도들이 주체가 돼야 한다”며 “평신도의 지도력 배양과 평화 민중 생명이란 성서의 기본가치를 어떻게 선교적으로 민족사 속에서 실현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안인섭(총신대) 교수는 “장로교회들은 과거의 분열을 정당화하기 위한 당파주의적 태도나 과거를 무비판적으로 답습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며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장로교회의 신학적 유산, 즉 ‘교부(Church Fathers)’와 ‘종교개혁(Reformation)’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안 교수는 “남북한 평화통일 방향과 그 이후 통일된 한국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장로교회들이 복음의 정신에 따른 방안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교성(장신대) 교수는 각 장로교단이 먼저 자기비판적인 교단사(史)를 쓴 뒤 장로교회사를 공동 집필하고 교회 간 협력을 활성화하자고 주문했다. 안 교수는 “예를 들어 WCC 회원교단인 통합과 기장 측은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의 한국 유치를 계기로 서로를 더욱 이해하자”고 말했다.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