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전시] 흰색으로 표현한 일상의 풍경… 신양섭 화백 8년만에 개인전

입력 2010-06-13 17:48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25일까지 개인전을 여는 신양섭(68) 화백은 ‘흰색의 화가’로 불린다. 하얀색으로 캔버스를 쟁기질하며 물고기와 사람, 나무와 새, 산, 집 등 형상들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자연이나 우주를 포용하는 데 흰색만큼 적절한 색깔은 없다고 생각한다. “일기를 쓰듯 삶의 일상 중에 느낀 세월의 자취와 흔적을 하얗게 채색할 때가 가장 행복하지요.”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은 풍경들을 삼각형, 원형, 사선 등의 얇은 천 조각으로 콜라주한 뒤 천 밑에서 색이 배어 나오도록 하는 기법으로 작업하는 그는 추상표현주의 작가로 평가받는다. 중앙대(옛 서라벌 예대)를 나와 1981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은 작가는 개인전도 별로 갖지 않고 묵묵히 작업에만 몰두한다.

‘내안의 풍경’ 연작 30여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도 8년 만에 여는 개인전이다. “전시가 능사는 아니지요. 완성도 면에서 만족스럽지 않으면 지워버리고 다시 그려요. 제 마음에 들지 않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들겠어요?” 물감 위에 다시 물감을 바르는 수정 작업을 계속 하다보니 두꺼운 층이 쌓여 그 자체가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풍경이 된다.

그는 흰색 물감을 응고시켜 오랜 시간 올려 쌓고 다진 뒤 사물의 단순한 형태만을 표현한다. 붓이나 나이프가 아니라 흙손을 사용해 구성한 투박한 질감의 화면은 소박하고 푸근한 우리 옛집의 흙벽을 떠올리게 한다. 흰 바탕에 더욱 밝고 두터운 흰색의 물감을 둥글게 점찍은 그림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장이나 마찬가지다.

아침마다 작업실 근처 산에 올라 발견한 풍경들을 마음 속에 채집했다가 흰색으로 버무린다는 그의 작품은 우리가 잊고 사는 고향과 같고, 절제의 미학이 스민 조선 백자의 향기를 닮았다. 이번 전시에는 평면 외에 책과 항아리 형태로 만든 입체 작품도 선보인다(02-732-3558).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