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 2010년 두번째 기획전 ‘산으로 간 펭귄’… 미지의 영역에 대한 실험과 도전

입력 2010-06-13 17:47


경기도 용인시 상갈동의 백남준아트센터 이영철 관장은 8월 22일까지 여는 올해 2번째 기획전 ‘산으로 간 펭귄’에 대한 최근 기자설명회에서 볼멘소리부터 했다. “백남준은 영상과 그림, 춤과 음악, 시와 연극 등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환상의 공간에 불시착한 어린 왕자같은 예술가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잘 모른다. 천재작가의 기념관이 국립이 아니고 경기도 용인시에 국한돼 있다는 사실을.”

이 관장의 얘기는 백남준을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라고 칭하면서도 국가 지원도 그렇고 관람객의 호응도 그렇고 지방미술관의 한계에 갇혀 있음을 토로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관장의 하소연과 이번 전시 제목 ‘산으로 간 펭귄’은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제목은 독일 감독 베르너 헤어초크의 다큐멘터리 ‘세상 끝에서의 조우’ 중 펭귄 한 마리가 산으로 가는 장면에서 따온 것이다.

원래의 서식지를 벗어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산으로 가는(잘못하면 죽을지도 모르는데도!), 무모한 모험을 강행하는 펭귄처럼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는 취지로 붙인 타이틀이다. 백남준이 어느 한 장르가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섞은 작업으로 새로운 경지를 연 것처럼 이번 전시도 순수미술뿐 아니라 무대 연출과 미디어, 연극, 애니메이션 등으로 개척정신을 모색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아트센터 측은 2층 기존 전시장 공간을 완전히 바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토끼굴 같기도 하고 ‘피노키오’ 이야기에 나오는 고래 뱃속 같기도 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조은필의 ‘매드 블루 카펫’을 따라 계단을 오르면 스위스 바젤의 트램(전차) 길을 찍어 조각내고 재구성해 만든 안마노의 영상과 인공위성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송호준의 작품이 우주여행으로 안내한다.

아트센터 소장품을 소개하는 1층 전시장에도 작가그룹 ‘폿틸’이 제작한 오브제들이 여기저기 백남준의 작품과 함께 설치됐다. 벽에 뚫린 구멍을 따라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하거나 원통형 미끄럼틀로 전시공간이 서로 이어지게 하는 등 공간구획에 파격을 주고 여러 장르의 작업을 뒤섞어 관객에게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듯 낯선 경험을 선사한다.

미로처럼 구성된 전시장은 참여작가 26명의 다양하고 독창적인 작품들로 흥미롭다. 참여 작가들은 김도균 정재철 박애정 등 이미 알려진 기성 작가도 일부 포함됐지만 김기문 문무왕 손몽주 등 대부분은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신예들이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작가들을 대거 소개하는 것은 ‘산으로 간 펭귄’의 의미처럼 미지에 대한 실험과 도전을 시도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번 전시에서는 백남준의 분신과도 같은 작품 ‘징기스칸의 귀환’이 소개된다.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으로 양쪽에 ‘세계제패’ ‘달려라!’ 등 구호가 적힌 깃발이 걸려 있다. 징기스칸이 세계를 제패한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백남준 자신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독보적인 존재임을 세계 미술계에 선언한 것이다. 그러면서 예술을 향해 계속 달릴 것을 독려한다. 관람 무료(031-201-8512).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