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개발·재건축 ‘공공관리제’ 비상… 제도 시행전에 시공사 선정 못하면 사업 1년 지연
입력 2010-06-13 17:43
서울지역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이 시공사 선정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서울시가 다음달 말부터 공공관리제에 들어가기로 함에 따라 사업추진이 늦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재건축 조합에서는 건설사들간 무상지분율 경쟁이 심화되면서 부작용까지 나타나고 있다.
◇공공관리제, 시공사 선정 ‘사업시행인가’ 이후로=공공관리제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진행관리를 공공에서 지원하는 제도다. 해당 구역 구청장이 공공관리자가 되어 조합임원선출, 시공사 선정 등 사업 각 단계에 개입해서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로 서울시가 가장 먼저 도입했다. 이달 말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 개정과 다음달 중순 조례심사위를 거쳐 22일쯤 공표된다.
공공관리제와 현행 제도의 가장 큰 차이는 시공사 선정 시점이다. 현행 재개발·재건축사업은 기본적으로 ‘구역지정-조합설립-시공사선정-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이주·철거’순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공공관리제가 도입되면 시공사 선정 시기가 ‘조합설립인가 후’에서 ‘사업시행 후’로 바뀐다. 이 경우, 조합 측은 입찰 및 총회 일정을 늦출 수 밖에 없고, 건설사들은 수주 및 추진업무활동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한 대형건설사 재건축 수주팀 관계자는 “공공관리제 적용을 받을 경우, 구청이 시공사 선정 절차 등을 관리·감독하면서 최소 1년 이상 사업이 늦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공관리제의 적용 대상은 다음달 제도 시행 시점에 시공사 또는 설계자를 선정하지 않은 조합(정비사업장)이다. 제도 시행 이전에 시공사와 설계자를 선정한 조합은 현행 방식대로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따라서 조합설립인가를 마친 단지를 중심으로 시공사 선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무상지분율’ 득일까, 실일까?=부동산114 등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 현재 서울지역에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준비 중인 재개발·재건축 단지는 15∼20곳 정도다. 하지만 강남 재건축 조합을 중심으로 시공사 선정 과정에 ‘무상지분율’을 두고 논란이 많다. 무상지분율은 조합원이 추가부담금 없이 공짜로 받을 수 있는 면적 비율이다. 재건축 수주전에 뛰어든 건설사들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조합 측에서는 저마다 더 높은 무상지분율을 요구하고 나선 것.
건설사 입장에서도 공공관리제가 시행되면 사업절차를 새롭게 밟아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조합원들의 무상지분율 인상 요구를 충족시키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상지분율이 오히려 조합원들에게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과도한 무상지분율에 따른 건설사들의 손실분은 결국 일반분양분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면서 “그에 따른 미분양 증가는 결국 단지 전체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조합과 시공사간 분쟁이 날 수도 있다. 따라서 단지의 미래가치와 향후 주택시장 추이, 시공사의 재무건전성 및 시공능력 등을 감안한 합리적인 수준에서 무상지분율 및 시공사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