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압박’에 속타는 정부… 캐나다도 “1대1 협상하자”

입력 2010-06-11 21:21


지난달 하순 미국 상원이 우리나라 등 7개국에 쇠고기 시장 완전 개방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데 이어 캐나다도 우리나라에 ‘수입 재개’를 촉구하는 1대1 협상을 공식 요청했다. 캐나다산 쇠고기는 광우병(BSE)으로 인해 2003년 이후 수입이 전면 중단되고 있다. 정부는 상대국의 일방적 요청에 의해 시장을 개방하는 일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지만 잇따른 압박에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쇠고기 분쟁 새 국면 맞나=농림수산식품부는 11일 “캐나다 측이 지난 4일 농식품부에 ‘한-캐나다 쇠고기 전문가 간 1대1 기술협의’를 갖자고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캐나다산 쇠고기는 2003년 5월 20일 캐나다에서 광우병 감염소가 처음 발견된 이후 현재까지 수입이 전면 금지된 상태다.

앞서 캐나다는 지난해 4월 세계무역기구(WTO)에 우리나라를 제소했다. 우리나라가 비슷한 시기에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서는 2008년 6월, ‘30개월 미만’이란 조건을 달아 ‘제한적 수입’을 허용한 데 따른 것이다. 세계무역기구 제소가 별다른 성과가 없자 캐나다는 분쟁 패널 설치를 우리 정부에 요구, 같은 해 8월 패널이 설치됐다. 그러나 이 분쟁 패널을 통한 최종결론까지는 적어도 2년가량을 기다려야 하는 데다 최근 미국의 한국 시장 개방 압력이 커지자 1대1 협상이란 카드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측 움직임도 심상찮다. 지난달 27일 미국 상원이 ‘미국 쇠고기 및 부산물 수출을 위한 시장접근확대 지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한국과 일본, 중국 등에 완전 개방을 요구하는 파상공세에 나선 것이다. 결의안은 미 농무부 연구결과 광우병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수입제한 조치가 부당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 쇠고기 수입 공세에 곤혹=잇따른 쇠고기 수입 관련 현안이 떠오르자 정부는 당황해하는 모습이다. 2008년 ‘촛불’ 정국의 뼈아픈 기억 때문이다. 미국보다 광우병 발생이 잦은 캐나다와의 협상이 국민적 반감을 살까 노심초사하고 있는가 하면 우여곡절 끝에 맺은 미국과의 협상은 여전히 ‘꺼지지 않은 불씨’로 민감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미국의 결의안에 대해선 우리나라보다는 중국과 일본을 겨냥한 측면이 크다고 분석,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또한 향후 미국 측의 공식 요청이 있더라도 시장 여건이 미성숙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하지만 캐나다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하다. WTO 분쟁 패널에서의 결과에 대해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보고 양자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분쟁 패널에서 우리가 패소해 강제로 시장을 열어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과학적으로 캐나다 검역시스템의 문제점을 입증하기 어렵고 분쟁 패널 국가들이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어서 비슷한 입장의 캐나다를 지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빠르면 7월 초 양자 협상을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무리한 조건을 내걸면 언제든 WTO 분쟁해결 절차로 선회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통상 전문가는 “현재로서는 패널 절차와 양자 협상 모두를 상정해서 무엇이 우리 측에 유리한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