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털고 가자”… 분양가 할인 도미노
입력 2010-06-11 21:22
11일 경기도 수원시 정자동에 오픈한 ‘수원 SK스카이뷰’ 아파트 모델하우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1만3000여명이 몰렸다. 청약 제로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건설업계가 분양가를 내린 덕택이다. SK건설의 수원 SK스카이뷰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1150만원. 이달 초 수원시가 승인한 분양가(3.3㎡당 1167만원)보다 17만원이나 낮춘 가격이다. 앞서 지난해 말 현대산업개발이 인근 지역에 분양한 권선동 아이파크의 전용 85㎡ 기준층(1225만원) 가격과 지난 1월 현대건설의 이목동 현대 힐스테이트(1217만원)의 분양가보다도 67만∼75만원이나 낮다.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아파트 고분양가의 벽이 무너지고 있다. 지방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 이어 서울로까지 분양가 인하 ‘도미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오는 15일 1순위 청약이 시작되는 서울 반포동 힐스테이트의 분양가는 3.3㎡당 2980만∼3120만원선. 인근 반포 자이 및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아파트보다 20%가량 낮다. 특히 래미안퍼스티지의 실거래가(3.3㎡당 평균 4000만원선)와 비교하면 76% 수준이다. 이 지역은 서울지역 아파트 분양가의 바로비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현 시점에서는 장기 미분양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분양가를 낮춰서라도 빨리 처분하는 게 금융비용을 고려했을 때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청약을 끝낸 대전 낭월동 ‘남대전 e편한세상’(84㎡) 역시 분양가를 3.3㎡당 580만∼620만원으로 책정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인근 신도안 지구에서 분양된 민간아파트의 분양 가격이 평균 870만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분양가 인하 움직임은 확산될 전망이다. 동아건설은 다음달 초 용산 원효로 1가에서 분양하는 주상복합아파트 ‘더 프라임(66∼165㎡)’의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500만원가량 낮은 3.3㎡당 평균 2200만원대로 책정할 예정이다. 이달 말 파주 교하신도시에서 분양하는 ‘한라비발디 4차’ 아파트 역시 분양가 심의가격(1150만원선)보다 낮은 1090만원선으로 낮춰 공급될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경기 침체와 보금자리주택 공급, 건설사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분양가 인하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건설사들이 자발적으로 분양가를 낮추는 현상을 두고 분양가 거품이 걷히는 신호로 해석하기도 한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