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시울 붉힌 이광재 “증거 없고 박연차 진술만 있다”

입력 2010-06-11 18:19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는 결백을 호소했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6부는 11일 이 당선자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 당선자는 취임과 동시에 도지사 직무가 정지되면서 다시 한번 ‘시련의 계절’을 맞게 됐다.

재판부는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서 2만 달러를 받은 혐의와 롯데호텔에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5만 달러를 받은 혐의에 대해 원심대로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베트남 태광비나 회장 사무실에서 박 전 회장에게서 받은 5만 달러는 이 당선자가 동석한 다른 의원과 함께 받은 것으로 보고 받은 금액을 2만5000달러로 한정했다. 또 18대 총선 당시 박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2000만원 등 나머지 3가지 혐의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한 것은 돈을 줬다고 주장한 박 전 회장과 정 회장의 진술에 일관성과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항소심 재판에 나오지 않아 증언을 들을 수 없었지만 1심 재판에서의 증언에 일관성과 구체성이 있다고 봤다.

이 당선자는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를 불과 3일 앞두고 변론 재개를 요구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이날 법정에서도 변론 재개를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거듭된 요청을 “재판부가 심증을 얻을 정도의 심리는 충분히 진행됐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로 직무가 정지되는 이 당선자의 상황을 의식한 듯 “양형을 정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정치자금법 입법 취지와 적절한 처신을 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당선자는 즉시 상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재판 뒤 “증거는 존재하지 않고 박 전 회장의 진술만 있다”며 “박 전 회장을 한 번만 더 법정에 불러 달라는 것을 거절하느냐. 참 슬프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 당선자의 정치적 운명은 대법원 상고심에 달려 있다. 정치자금법 57조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징역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10년간 공무원에 취임하거나 임용될 수 없으며 취임된 이후라도 퇴직하도록 돼 있다. 이 당선자는 “강원도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고 강조했지만 도지사직을 하루도 수행하지 못하고 물러날지도 모를 위기에 처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