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자체개혁안 뜯어보니… ‘국민 통제’ 일부 수용했지만 기소독점권은 ‘노터치’
입력 2010-06-11 18:20
검찰이 11일 발표한 개혁안은 검찰권 행사에 대해 국민의 통제를 받겠다는 측면에서 진전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은 기소독점권만큼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국가소추주의(246조)에 따라 기소를 독점했고, 기소편의주의(247조)에 근거해 자율적인 기소재량권을 행사했다. 이 때문에 수사권을 갖고 기소권까지 독점한 검찰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거나 통제할 수 없으며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검찰시민위원회를 구성해 기소권 행사 과정에서 시민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것은 기소편의주의를 어느 정도 완화했다는 측면에서 진전된 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검사가 검찰시민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도록 한 한계가 있다. 검사가 심의를 요청하지 않을 경우 기소권을 견제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국식 대배심제도를 도입하면서 재판에서도 배심제를 전면 도입하고 평결에 강제력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위헌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헌법 27조1항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으로부터 법률에 근거한 재판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배심원의 평결을 판사가 반드시 받아들이도록 하려면 개헌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법개혁추진위원회는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하면서 대상 사건을 한정하고 판사가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도록 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결국 검찰이 제시한 개혁안을 추진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한 개혁안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태훈 고려대 교수는 “검찰이 미국식 대배심제로 권한을 분산할 수 있다고 했지만 대배심제로는 검찰권을 견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비리를 특임검사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도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상설특검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해석이다. 특임검사가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지만 총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검찰 조직문화를 고려한다면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감찰본부의 위상강화를 외치면서도 감찰본부장을 검사 출신이 아닌 외부인사로 임명키로 한 점도 곱씹어야 할 부분이다. 당초 대검 감찰부장을 외부 공모직으로 만든 취지는 현직 검사나 검찰 출신 변호사가 아닌 외부인사가 엄정하게 검찰조직에 회초리를 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검찰 개혁안에는 현직 검사가 아니라는 점만 명기했을 뿐이어서 검찰 출신 변호사가 영입돼 ‘제 식구 감싸기’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제훈 임성수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