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16강] 그리스 수비 균열… 스리백 전술 나설듯

입력 2010-06-11 18:20

한국과의 첫 경기에서 그리스는 수비에 더 중점을 두는 스리(3)백 전술을 들고 나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예상이다. 그리스 기자들의 전망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훈련에서 그리스는 포(4)백 수비 연습을 하고 있다. 연막작전일 수 있지만 경기 도중 전술 변화를 염두에 둔 훈련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회한 전략가’로 불리는 독일 출신 오토 레하겔 그리스 감독의 고민은 부동의 중앙 수비수인 모라스(볼로냐)가 종아리 부상으로 한국전 출전이 어렵다는 것. 또 다른 핵심 수비수 키르기아코스(리버풀) 역시 부상에서 회복했다고 하지만 100% 컨디션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리스의 가장 큰 장점인 수비 조직력에 다소 문제가 생긴 셈이다. 수비 조직력 균열을 메우기 위해서는 숫자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그리스가 좌우 측면 미드필더까지 3백과 나란히 세우는 ‘파이브(5)백’ 전술을 들고 나올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과의 경기가 조별리그 첫 경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반엔 수비에 치중하는 3백 전술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박지성 이청용 등 빠르고 활동량이 많은 한국의 측면 공격수들을 막기 위해선 측면 미드필더까지 수비수로 활용할 수 있는 3백 전술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 끝까지 그리스가 3백 전술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스 역시 한국전은 무승부가 아니라 승리를 따내야 하는 경기다. 전반전엔 3백으로 수비를 강화하면서 한국의 전술을 지켜본 뒤 0-0 상태가 이어지거나 그리스가 선취점을 허용한다면 후반 일정 시점에서는 보다 공격적인 포메이션을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전반에 그리스가 선취점을 얻는 경우엔 5백 수준이 아니라 공격수 1명만 전방에 세워놓고 나머지는 모두 수비로 돌리는 극단적인 방어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 전반을 치른 뒤 한국의 전력이 강하다고 판단될 경우엔 실점 위험을 무릅쓰고 공격적인 전술로 바꾸기보다 경기 끝까지 수비 지향 전술을 유지하며 무승부에 만족하는 경기 운영을 할 여지도 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