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16강] 허정무 감독 그리스전 출사표… “선수들 컨디션 좋다”
입력 2010-06-11 18:18
감독은 신중했다.
11일(이하 한국시간)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겔반데일 경기장. 태극전사들이 운동장 한쪽에서 몸을 푸는 동안 허정무(55) 감독은 반대편 골문 앞에서 무언가 골똘히 생각 중이었다. 그러던 허 감독이 페널티 지역 근처에 놓여 있던 자블라니(남아공월드컵 공인구) 축구공 4개를 한 개씩 발로 차기 시작했다.
50대 중반 허 감독이 찬 공은 힘은 없었지만 모두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스전에서 이렇게만 골이 들어가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허 감독의 간절한 소망이 훈련장에 있던 기자 귀에 들리는 듯했다.
허 감독은 훈련 뒤 그리스전 전망을 묻자 “우리 선수들 기분이 좋은 상태”라고 했다. 그리스전이 이러이러하게 진행될 것이며, 따라서 우리가 이런 방법으로 공략해 반드시 그리스를 이기겠다는 식의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리스전 결과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허 감독은 알고 있었다. 경기 결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사령탑의 고뇌가 느껴졌다.
허 감독은 그리스전 베스트11 질문에 대해선 “(오늘 대표팀 자체 연습 경기에서 주전팀으로 나선 선수들이) 일부는 바뀔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많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리스가 (원래 포메이션인 포백 대신) 스리백으로 나올 가능성도 생각하고 있다. 모든 면에 대비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허 감독은 “이곳 날씨가 바람 한점 없이 좋다. 경기 당일(12일)에도 그랬으면 좋겠다”며 즐거운 소풍을 앞둔 아이 같은 희망을 밝힌 뒤 훈련장을 빠져나갔다. 본인의 축구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가 될 수 있는 그리스전을 앞둔 허 감독의 표정은 진지했지만 밝았다.
포트엘리자베스=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