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李 당선자가 책임지는 자세 보여야
입력 2010-06-11 17:36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가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아 다음달 1일 취임과 함께 직무가 정지될 처지에 놓였다. 서울고법 형사6부는 어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등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 당선자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1억1417만원을 선고했다. 이 당선자는 재판 전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한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그의 유죄를 인정했다.
이번 판결로 강원도는 혼란에 빠지게 됐다. 대법원 확정판결 때까지 도지사의 발이 묶여버려 정상적 도정 운영이 어렵게 된 것이다. 최대 현안인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나아가 이 당선자는 도지사직을 잃을 수도 있다. 하급심의 법리적용만 판단하는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이번복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 당선자가 대법에서도 패소하면 강원도는 도지사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도정의 장기 공백과 함께 막대한 선거비용의 발생, 도민들의 허탈감 등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이를 최소화하려면 이 당선자가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데는 무엇보다 이 당선자의 책임이 큰 탓이다. 한때 정치 중단을 선언했었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 중에 있는 이 당선자가 애초 이번 선거 출마를 자제했어야 했다.
민주당의 책임도 크다. 이미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인물을 도지사 후보로 공천한 것은 선거 승리만 의식한 무리수였다는 비판을 들을 만하다. 더 신중하게 검토했어야 했다. 일각에선 강원도민들이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지지했으므로 이 당선자에게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위법 혐의가 있다면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누구든 법에 의해 심판받아야 한다. 정치적 논리가 재판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
이번 사태를 신속히 수습하고 혼란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 당선자 스스로의 처신과는 별도로 대법원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재판을 진행해 결론을 내릴 것을 주문한다. 이 당선자도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면서 책임지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