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영상으로 되살린 ‘학도병의 전쟁’… 블록버스터 영화 ‘포화 속으로’
입력 2010-06-11 17:36
6월에 개봉하는 한국전쟁 소재 영화. 차승원 권상우 탑 김승우 등 호화 캐스팅. 총제작비 113억원의 물량공세. 영화 ‘포화 속으로’는 한국 전쟁을 소재로 한 블록버스터 영화로 눈길을 끈다.
‘포화 속으로’가 그동안 한국전쟁을 그린 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군인이 아닌 학도병을 주인공으로 한다는 것이다. 영화는 1950년 8월 11일 포항여중 전투에 참가한 학도병 71명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북한군이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오던 50년 8월 낙동강 일대를 사수하려는 남한군과 계속 남진하려는 북한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학도병으로 참전한 71명의 소년은 남한군이 자리를 비운 포항여중에 남아 북한군을 막아선다.
‘포화 속으로’는 다른 전쟁 영화에서 흔히 사용되는 참혹한 전쟁 장면이 거의 없다. 총에 맞아 피가 튀고 폭탄이 터져 팔다리가 여기 저기 흩어지는 잔인한 장면도 없다. 더도 덜도 아니고 전투장면의 긴장감을 줄 정도의 수위를 조절한다. 영상은 아주 스타일리시해 시각적으로 큰 만족감을 준다. 이재한 감독의 전작이 멜로영화인 ‘내 머릿속의 지우개’ ‘사요나라 아츠카’ 였다는 점을 떠올리면 영상의 세련미를 짐작할 수 있다.
캐스팅도 캐릭터에 잘 부합하는 편이다. 최근 부침을 거듭하던 권상우는 소년원 출신으로 북쪽에 강한 적대감을 가진 구갑조 역을 맡아 특유의 반항아적인 느낌을 잘 살려낸다. 아이돌그룹 빅뱅의 탑은 학도병을 이끄는 오장범으로 나서 두려움 속에서도 강인한 내면을 표현해 낸다. 북한군 장교 박무랑을 연기하는 차승원은 가장 큰 존재감으로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포화 속으로’는 잘 만든 블록버스터 영화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학도병이라는 차별화된 소재를 사용했지만 이를 드라마로 만들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장범이 가끔 어머니를 떠올리는 플래시백 장면 정도가 드라마의 전부다. 전쟁 속에서 잔뜩 겁을 집어먹은 그가 학도병을 책임지는 상황이 되자 갑자기 늠름한 리더로 변신하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갑조는 내내 분노하는 모습만 나올 뿐 왜 그토록 응어리가 지게 됐는지 설명이 충분치 않다.
다른 캐릭터가 모두 전형적인데 반해 박무랑은 눈에 띈다. 그는 전투에 능수능란하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냉철한 군인이지만 자신과 맞선 적이 학도병이라는 사실을 알고 인질로 잡힌 학도병을 놓아준다. 투항하면 모두 살려주겠다고 회유하는 가하면 빨리 진압을 강요하는 당 간부에게 “군인이라면 벌써 죽였다”며 망설이기도 한다. 16일 개봉. 12세가.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